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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LO May 21. 2023

힙합과 사회복지의 같은 출발선

어려운 환경이 나를 감쌀 때, 역경이 나를 감쌀 때 두 가지 방향의 사고를 하게 되는 것 같다. 한 가지는 자기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내가 이러한 역경을 다시 겪지 않도록 스스로를 단련하고 성장시켜 힘을 얻는 것. 세상에 대해서 자기 자신을 우위에 두는 접근이다. 두 번째는 세상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것이다. 애초에 세상이 그렇게 모질지 않았더라면 나와 같은 고통을 겪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이런 시선으로 내가 아닌 세상을 교정함으로써 나를 세상보다 우위에 두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더 고르게 만들어가는 것이다. 전자는 문제에 대한 개인적 접근이고 후자는 사회적 접근이다. 더불어 전자는 자유적 가치 후자는 평등적 가치를 지향하는 움직임이다. 전자 중 하나는 힙합. 후자 중 하나는 사회복지다. 그래서 사실 나는 이 두 가지의 본질이 같다고 본다. 불운을 거두어 드리려는 서로 다른 방식이다. 차별받는 흑인들이 음악을 통해 성공하여 원하지 않게 받았던 자신의 환경적 불운을 극복하려는 발걸음과 나와 같은 불운이 누군가에게 또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세상의 어두운 곳을 밝게 비추려 하고 그것을 제도화하려는 사회복지의 발걸음은 그 출발선이 같지 않을까. 물론 그 문제해결의 수혜자가 전혀 다르다는 측면에서 출발점은 같아도 결과물이 상이하다고 볼 수 있겠지만 힙합의 성공모델은 다른 이에게 영향과 영감을 주고 그 극복방법이 복제되며 널리 퍼지며 사회복지의 노력은 그렇게 얻어낸 제도의 수혜자가 다시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그 둘의 결과물은 어쩌면 같을지도 모른다. 너와 나 모두를 이롭게 만드는 것이다. 개인을 위한 노력이 사회를 이롭게 하고 사회를 위한 노력이 개인을 이롭게 한다는 순서만 다른 것이다. 무엇인가 거칠고 파괴적인 정서의 힙합과 따뜻하고 보호적인 사회복지의 출발선과 결과적 의미가 비슷한 면이 있다고 하면 세상이란 참 흥미로운 곳이다. 극과 극은 닮아 있다는 말이 이런 곳에도 적용이 되는 모양이다.


23.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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