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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LO Jun 04. 2023

'Breaking ball'과 '변화구'

야구에서 구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 Fast ball과 Breaking ball. 한국에서는 직구와 변화구로 부른다. 요즘에는 직구를 빠른공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아졌다. Fast ball을 있는 그대로 해석하는 것이 본래의 뜻과 더 잘 맞기 때문인 듯 하다.


그렇다면 breaking ball은 왜 변화구라는 말에 대응될까. 어려서는 그 이유를 잘 몰랐다. break는 깨어지다, 부서지다, 중단시키다 등의 뜻을 가지고 있다. 파괴, 멈춤, 중단과 같은 의미다. 그렇다면 breaking ball은 멈추는 공이라고 해석되지 않는가? 왜 그들은 궤적이 휘어지는 구종을 멈추는 공이라고 부를까? 하는 생각의 흐름이었다. 그런데 break라는 단어는 '꺾이다'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임계점, 한계점, 변곡점 등을 뜻하는 영어말이 breaking point다. 그러니까 breaking ball 이라는 말은 '꺾이는 공'이었던 것이다. 어려서는 그 지점의 뜻을 몰랐던 것이다.


이 Break라는 말이 여러 뜻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우리말에서의 다양한 단어의 뜻을 영어의 한 가지 단어가 가지고 있다는 것은 사실 그 단어들의 본질이 같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변화는 기존의 것의 파괴, 멈춤, 중단이 전제된다는 것이다. 새로운 것을 담기 위해서는 기존의 것이 사라져야 함을 말하고 있다. 낡은 물건을 버려야 새로운 물건이 들어온다는 말과 이치를 같이 한다. 변화를 위해서는 단순히 새로운 것을 쫓는 것에 그칠 게 아니라 가지고 있는 무엇인가를 버려야만 한다. 그것이 변화를 가능하게 한다.


집안이 꽉 차있는데 새로운 물건이 들어와 자리를 잡을 수는 없다. 그것은 무질서를 만들어 혼란을 야기할 뿐이다. 진공을 싫어하는 우주가 빈 공간을 끊임없이 채우는 것처럼 새로워지기 위해서는 가진 것을 버려야 한다. 반대로 가진 것을 버리면 자연히 새로운 것이 자리잡는다. 변화하고 싶다는 마음에 좋아보이는 것을 쫓는 것에만 급급했던 나 자신을 반성하고 싶다.


23.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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