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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LO Jun 04. 2023

협력의 역설

에덤 카레인의 '협력의 역설'이라는 책을 보면서 그간에 협력이라는 단어에서 느꼈던 상이 뒤집어짐을 느낀다. 협력이라는 말은 다양한 사람이 힘을 모아 하나의 목표를 향해 열심을 다하는 것과 같이 이해하고 또 그러한 모습을 이 단어의 어떤 상으로 생각해 왔었던 것 같다. 그런데 저자가 말하는 협력은 그런 전통적인 뜻에서 벗어나 있다. 협력이란 서로 입장이 다른, 심지어는 싫어하거나 신뢰하지도 않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그런 이유로 서로 목표하는 바도 다르고 이해도 다른 갈등적이고 복잡한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는 것이다. 하나의 비전을 만들고 그것에 도달하는 하나의 전략을 만들어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전진하는 게 협력이 아니라는 소리다. 하나의 전체가 아니라 각자가 생각하는 전체 중 일부를 목표로 삼고 또 전체의 이익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이익을 좇게 하는 것이 협력의 핵심이다. 마치 오케스트라가 불협화음인 상태로 음악을 연주하고 또 그러한 상태로 결말까지 향해가는 듯한 뉘앙스로 다가온다.


현재가 아무 문제 없이 흘러가고 있다면 협력이 필요하지 않다. 협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서로 변화를 만들어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협력은 변화를 원하는 것이 기본 전제다. 그런데 변화는 스스로 하는 것이지 누군가에게 강제될 수 없는 것이다. 변화가 강요되면 오히려 변화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다. 비전이나 전략, 마음을 하나로 모은다는 것은 그 변화에 참여하는 대부분이 변화를 강요받게 된다는 뜻이 되고 그렇게 되면 역설적으로 변화에 실패하게 된다. 이것이 곧 협력의 역설이다. 전통적인 의미의 협력은 협력을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이 대목을 보며 나 자신도 은연중에 그런 생각을 해왔다는 것이 새삼 느껴졌다. 나의 생각을 공고히 하고 내가 생각하는 문제해결의 청사진을 절대적으로 여기며 어떻게 그것을 상대방에게 최대한 설명하고 납득시킬 것인가만을 고민해오지 않았나 반성을 하게 됐다.


각자가 원하는 변화의 모습을 각자가 추구하게 하는 것이 협력이다. 협력이라는 이름으로 하나의 목표와 전략을 세우면 협력에 참여하는 많은 사람들이 변화를 강요받게 된다. 교집합은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이지 목표로 삼을 수는 없는 것이다. 협력의 의미를 다시 새긴다.


23.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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