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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LO Aug 06. 2023

해상도를 높인다는 토론의 의미

최근에 본 고전영화 중 '12명의 성난 사람들'이라는 영화는 상당히 인상 깊은 영화였다. 한 빈민가 소년이 살인 용이자로 지목된 재판에서 12명의 배심원이 만장일치 방식으로 용의자의 우무죄를 판결해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토론의 의미는 무엇인지, 토론이 지향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토론이 담아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등을 보여주는, 임팩트가 강한 영화였다. 12명 중 1명이 무죄를 선언하는 것으로 시작되는 토론은 결국 최종 투표에서 12명이 모두 무죄를 선언하는 반전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 과정을 이끄는 것은 최초부터 무죄를 주장한 사람으로부터 시작되고 퍼져나간 정황에 대한 끊임없는 의심이었다.


'무죄 추정의 원칙'이 무엇인지를, 그 진가를 알게 하는 이 영화에서 인물들은 의구심이 드는 사항을 계속해서 지적하고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그 의구심이 필요한 만큼 지워질 때까지 끊임없이 논쟁한다. 그 과정에서 비난이 오가기도 하며 누군가는 빈정대는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어떤 의문은 누군가에겐 반드시 토론해야 하는 무엇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토론할 가치가 전혀 없는 대상이다. 의심하는 사람은 주로 사안을 주어진 정보만으로 객관적으로 판단하려고 하며 그렇지 못한 사람은 주로 자기 자신의 경험, 가치관, 선입견, 고정관념으로 정황의 빈 공간을 채우며 의심하기를 거부한다. 기존의 관념으로 사안을 판단하는 이들에게 있어서 그것을 의심한다는 것은 곧 자기부정이기 때문에 그들은 아무 논거도 없이 무조건적으로 자기주장을 하는 극단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런 모습은 마치 사이비 신도들이 그들의 교주를 찬양하는 것처럼 무비판적이고 무조건적이다. 토론은 그런 선입견으로 똘똘 뭉친 배심원마저 무죄에 손을 들 수밖에 없는 치열한 논쟁을 거치며 결국 만장일치 의견에 의한 무죄판정을 이끌어내며 마무리된다. 그 과정을 통해 이들이 다루는 사건은 그 해상도가 처음보다 엄청나게 올라가게 된다.


토론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한다. 싸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그 싸움을 통해 사안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과 그를 뒷받침하는 무수한 논거를 제시하며 그 사안에 대한 이해 수준을 계속해서 높이는 것. 이 영화를 통해 토론의 목적과 의미를 다시 한번 세긴다.


[ 12명의 성난 사람들 ]


23.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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