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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LO Jul 22. 2023

고추장은 단독으로 존재할 수 없다.

따뜻한 밥에 고추장 한 숟갈을 퍼서 쓱싹쓱싹 숟가락으로 눌러 펴 발라 먹으면 그 맛이 참 좋다. 밥의 따끈함이 고추장의 매콤함과 달콤함을 증폭시킬 때 발생하는 풍미를 느끼는 것이 고추장 밥의 매력이다. 이는 양념이라는 것이 원재료의 가치를 배가 시키는 현상이다.


그렇다면 그 맛의 중추는 밥일까 고추장일까. 둘의 결합이 그 특유의 풍미를 만들어내지만 무엇이 더 그 현상의 중추적인 역할을 할까. 그건 이렇게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밥은 그 밥만 먹으면 고추장을 비볐을 때만큼 맛있지는 못하지만 나름의 맛이 있을뿐더러 그것을 단독으로 섭취한느 것이 그렇게 이상한 일이 아니다. 반면 고추장은 그 맛을 미리 알아보기 위해 조금 먹어보는 것은 있을 수 있지만 허기를 채우기 위해 고추장만 퍼먹는 것은 별로 있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리고 만약 고추장을 발라먹는 밥이 찬밥일 경우에는 더운밥 일 때 보다 맛이 훨씬 떨어진다. 정리하자면 밥은 단독으로 존재할 수 있으나 고추장은 단독으로 존재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고추장밥'이라는 현상에서 더 중추가 되는 것은 '밥'일 수밖에 없다. 만약 고추장이 중추였을 경우 우리는 그것을 아마 '밥고추장'이라고 불렀을 것이다. 사실 별로 어려운 개념도 아니다.


밥 같은 일이 있고 고추장 같은 일이 있다. 사업이 밥이라면 홍보는 고추장이다. 사업은 사업만으로 존재할 수 있으나 홍보는 사업이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그것은 홍보할 대상이 없는데 어떻게 홍보를 할 수 있겠는가에 대한 아주 명확하고도 당연한 대답이다. 고민할 필요도 별로 없는 질문이다.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나는 무엇인지, 무엇하는 사람인지를 아는 것은 내가 자리할 곳을 찾아간다는 측면에서, 그래서 더 나를 나답게 하고, 나를 자유로이 하고, 스스로를 고취하고 자존감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일이다. 만약 나 자신이 고추장 같은 존재라면 스스로를 내 던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닌 좋은 밥을 찾아 나서는 것이 더욱 중요한 일이 된다. 나는 과연 밥 같은 존재인지, 아니면 고추장 같은 존재인지 그 고민이 점점 더 짙어지는 요즘을 살아가고 있다.


23.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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