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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LO Sep 17. 2023

스펙트럼으로 존재하는 정치적 성향

한 사람의 정치적 성향이란 수만 가지 어젠다에 있어서 각기 다른 스펙트럼으로 존재한다. 어떤 사안에 있어서는 보수적인 입장을 취할 수 있고 어떤 사안에 있어서는 진보적인 입장을 취할 수 있다. 물론 여러 가지 사안에 극단적으로 다른 성향을 취하는 경우는 드물다. 보수적인 사람은 여러 가지 사안에 주로 보수적이고 진보적인 사람은 반대로 여러 가지 사안에 주로 진보적이다. 기본적으로 보수는 변하지 말아야 한다는 자세고 진보는 변해야 한다는 자세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스펙트럼으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세상에 80억이라는 인구가 존재한다는 것은 그 수많은 인구가 정치적인 성향이라는 것에 있어서 굉장히 촘촘한 간격으로 위치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래서 진보와 보수라는 가상의 진영을 미리 설정한 뒤에 사람들을 그 양 진영에 배치시키는 태도는 위험하다. 스펙트럼으로 존재하는 정치적 성향을 흑과 백이라는 이산적인 개념으로 둔갑시키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하나의 인간을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게 괸다. 나와 같은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확인하지 못하게 만든다.


'저 사람은 어떤 부분에서 나와 얼마큼 다르구나'라고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규정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 생각이 든다. 그렇지 않으면 세상의 사람들을 맹목적인 아군과 절대적인 적군 두 가지로만 규정하게 된다. 백만 명이 백만 가지의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세상 속에서 그 수많은 사람들을 단 두 가지로만 나눈다는 것은 그 개념자체가 허점과 오류 투성이라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지 않을까. 그것은 인간을 16가지 유형으로 나누는 MBTI 보다도 못한 기준인지도 모른다. 우리에게는 그런 경각심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람은 단편적인 모습을 가진 존재가 아니라 다면적인 존재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다.


23.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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