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틴의 생산성

살면 살아갈수록 인간의 인생 또는 생활에서 루틴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새삼 느끼게 된다. '오만가지생각'이라는 단어는 실제로 사람이 하루에 5만 가지의 생각을 한다는 것에서 기인한 관습적인 표현이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는 생각을 하고 수없는 판단을 하고 수없는 결정을 해야 하는 운명을 지닌 존재들이다. 그것도 한정된 에너지를 가지고서 말이다. 이런 운명 속에서 우리가 무엇인가를 생산적이고 효율적으로 해내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은 반복적으로 결정하고 수행해야 하는 일을 판단하는데 소비되는 에너지를 절감시키고 그렇게 아끼고 모아진 에너지를 더 거룩하고 위대한 일을 하는 데 사용하는 생활의 구조를 짜는 것이다. 행동 양식의 자동화 과정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루틴이다. 루틴이 없으면 자질구레한 일을 고민하고 판단하는데 우리가 가진 에너지를 모두 낭비하고 만다. 루틴이란 살기 위해서 반드시 해야 하는 행동들을 작동시키는데 필요한 연료를 최소화시키는 작업이다. 한 사람의 유기체의 연비를 높이는 무엇이다.

루틴이라는 것은 하나의 자산처럼 작용하기도 한다. 반복되고 통일된 행동은 계속해서 스스로를 강화시키고 흔적을 남긴다. 그건 누군가에게는 중요한 정보가 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귀감으로 다가가기도 한다. 사람을 끌어당긴다는 것은 그것이 자산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기회는 주로 사람을 타고 흘러들어오기 때문이다.

생산성이란 투입되는 자원대비 산출되는 자원의 크기를 뜻하는 말이다. 루틴이란 어떤 행동이고 고도로 발달된 루틴이 만약 그 어떤 판단의 에너지의 소비도 없이 무엇인가를 도출시키게 만든다면 그 루틴의 생산성이란 무한대로 뻗어갈 것이다. 마치 어떤 저항도 없이 전류를 흐르게 하는 초전도체처럼 에너지 소비 없이 무엇인가를 계속해서 도출시키는 작동을 이어가는 것이다. 루틴을 쌓아 나가는 것은 그런 면에서 우리 삶의 생산성을 계속해서 높여가는 것이다.

23.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