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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LO Nov 12. 2023

돈의 양이 늘어나는 속도의 차이

한 해에 몇백억의 연봉을 받는 메이저리그의 슈퍼스타들을 보고 있자면 자본주의란 무엇인지를 제대로 느끼게 해 준다. 돈의 양이 늘어나는 것을 동력으로 움직이는 자본주의라는 시스템에서 그 속도가 더 빠른 곳은 과연 어디인가. 자본의 원산지라고 볼 수 있는 미국, 그리고 그 자본주의의 꽃이라 할 수 있는 프로스포츠의 세계. 이 둘이 결합된 영역인 미국 프로스포츠의 세상을 관찰하면 그 돈의 양이 늘어나는 속도가 무서울 정도다. 더 많은 돈이, 더 당연해질수록, 나의 돈은 계속해서 하찮아지기 때문이다.


내가 딛고 있는 이곳에서는 돈의 양이 늘어나지 않지만 내가 딛고 있지 않은 어딘가에선 돈의 양이 급격하게 늘어난다. 더 빠른 속도로 돈의 양이 늘어나는 영역에서 주도하는 재화와 서비스 가격의 상승은 시나브로 나의 삶을 공격한다. 같은 수준의 생활을 유지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든다. 그래서 소득과 자산이 정체되어 있는 삶은 상대적으로 따졌을 때 정체가 아닌 후퇴가 될 수밖에 없다. 모든 차들이 앞을 향해 달리고 있는 도로 위에서 갓길에 차를 대고 가만히 있는 것은 다른 차들의 입장에서는 뒤로 가고 있는 것이다. 더 빠르게 달려가는 차일수록 나의 정체는 더 빠른 속도의 후퇴가 된다.


자본이 팽창하는 것을 전제로 움직이는 자본주의 시스템은 우주가 계속 팽창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가지고 있다. 빅뱅이라는 사건 이전에 한 지점에 응축되어 있던 모든 질량이 빅뱅 이후로 전 우주에 한 순가에 퍼지고 계속해서 그 공간이 확장되고 있는 것처럼 자본주의 시스템도 화폐라는 개념의 양적 확장을 통해 계속해서 팽창한다. 그리고 개개인은 그것이 퍼져나간 시공간의 어느 영역에서 존재하다가 사라진다. 하지만 조금 다른 것은 우주란 우리가 지구에 존재하든 화성에 존재하든 그 팽창을 공평하게 적용받게 되지만 자본주의의 체계에서는 우리가 어느 곳에 존재하느냐에 따라 그 팽창을 다르게 적용받게 된다는 점이다. 자본주의의 세상에서는 지구의 팽창과 화성의 팽창이 다르다. 인간 삶이 불공평함을 딛고 있다는 것은 결국 그런 점에서 비롯되는 거부할 수 없는 속성이다.


23.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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