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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LO Nov 12. 2023

안티 꼰대이징

꼰대가 되지 않기란 어렵다. 꼰대가 된다는 것의 본질은 더 이상 새로운 무엇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어려워짐에 있다. 사람은 굳어진다. 신체는 쇄락하고 정신은 말라간다. 그 자연의 섭리를 거스를 수 없는 것처럼 꼰대가 된다는 것도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다. 건강은 좋았던 것을 최대한 지키는 것이고 노화는 더 가속화되지 않게 막아내는 대상인 것처럼 꼰대란 되고 안되고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큼 늦출 것인가에 관한 문제다. 완전히 정체시키거나 돌이킬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꼰대가 되는 것보다 더 위험한 일은 자기 자신이 그렇게 돼 가고 있음을 눈치채지 못하는 것이다. 진정한 위기는 위기인 줄 모르는 것인 것처럼 꼰대보다 무서운 것은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위기는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하지만 위기를 정확히 인지하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받아들이면 우리는 무엇인가를 준비하고 대처할 수 있다. 위기가 위기에서 끝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스스로가 조금씩 꼰대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무엇인가를 준비하고 대처할 수 있다. 발언과 행동에 위기감이 느껴진다면 그런 상황을 애초에 만들지 않는 쪽으로 노력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자기 자신의 발언과 행동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지조차 하지 못하면 그 꼰대스러움을 그대로 방출하게 된다. 그러니 나는 꼰대가 아니다고 생각하고 표현하는 것이 더욱 무서운 것이다.


굳어져간다는 것은 꽤나 불쾌한 감정이 드는 생물학적 현상이다. 자기 자신에게서 이제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는 말의 다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굳어짐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렇게 변화된 새로운 나를 나 자신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면 우리는 스스로 꼰대가 아니라는 착각 속에 스스로를 가두게 된다. 꼰대가 된다는 것은 별 수 없는 일이다.


23.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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