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을 때 가장 많은 생각이 든다. 일정한 걸음걸이가 균일한 박자감을 만들며, 공기의 흐름과 주변의 소리에 정신이 마사지받으며 이완된다. 그런 건 영감일 것이다. 생각의 원천은 영감이고, 영감의 발생은 주변으로부터이다.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작용들이 사람으로 하여금 생각이라는 것을 하게 만든다.
일전에 생각은 유료다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우리가 주변의 영감으로부터 생각을 얻는데 그 모든 대상이 경제성을 띄고 있기 때문이다. 버스의 소리로부터 좋은 생각이 얻어졌다면, 그 순간 나에게로 다가오기 위해 버스는 연료를 썼을 것이다. 모든 것이 그렇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든 물질은 경제성을 띤다. 우리는 구매하지 않고는 생활을 영위할 수 없다. 우리가 밟고 있는 모든 땅은 태초엔 자연이었지만 지금은 그 누군가의 소유다. 그렇기 때문에 그 땅위에 존재하는 모든 요소는 그 누군가의 소유물이다. 그리고 거기에 경제성이 부여된다. 특정한 시공간에서 내가 참 신선한 생각을 얻었다면 내가 그 시공간에 존재하기 위해 다른 경제적 요소들은 상실되고 있을 것이다. 때문에 발생하는 생각은 유료다. 그렇게 정립된 이후로 좋은 생각이 들었을 때 그것이 휘발되기 전 기록하는 습관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생각이란 그런 것 같다. 마술사가 누군가를 놀라게 하기 위해 뱀 인형을 구겨서 프링글스 통에 넣고, 그걸 개봉할 때 몰랐던 누군가가 기겁을 하는 것처럼 생각도 일상의 시간에서 쌓이고 쌓여 터져나갈 준비를 하는 것 같다. 그것은 에너지의 폭발이다. 응축된 정도가 클수록 더 큰 에너지를 뿜어낼 것이다. 걸음은 주변으로부터 생각을 얻어내고 그 생각들이 응축되게 만든다. 기존의 생각과 새로운 생각들이 밀도감 있게 뭉쳐지면 서로 간에 연결고리가 만들어지며 뛰쳐나갈 준비를 한다. 때문에 걸음은 말할 준비를 하는 것이다. 프링글스 통에서 뱀 인형이 튀어나가는 것처럼 봇물이 터질 준비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