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오는 굳어진 사실이다. 나를 규정한다. 나를 설명한다. 그런데 그 규정과 설명이 불만족스러운 순간이 온다. 옳다고 믿었던 사실을 혹시나 그렇지 않을 수 있다고 평가하게 되는 순간이 온다. 여기서 갈림길이 발생한다. 그 오점을 옹호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방향과 그 오점을 오점이라 매듭짓고 흘러가는 방향 말이다.
과오를 저지르지 않을 수는 없는 것 같다. 필히 몇 번은 그러지 않을까 싶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굳어버린 과오를 옹호하는 방향으로 현재가 실행되고 미래가 설계돼 가면, 지속적으로 과거의 기준으로 살아질 수밖에 없다. 그 지점을 타당하게 하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다 보면 이미 어긋난 그 사건이 기준이 되기 때문에 흘러가는 현재와 미래마저도 지속적으로 어긋나게 흘러가지 않을까. 그렇기 때문에 과거의 오점을 씻는 방법은 그 과거에 집착하고 해명해서 흘러간 현재와 흘러갈 미래를 변호하는 것이 아니라, 오점을 완전히 인정하고, 부끄러워하며, 모순됨을 자처하여, 어긋나지 않은 기준으로 다시 사례를 쌓아나가는 것이라 생각이 든다. 줄이 삭으면 매듭을 짓고 새로운 줄로 다시 이어나가야 한다. 삭은 것을 발견하고도 그곳에서 줄을 끊지 못하고 계속 똑같은 줄을 이어가다 보면 그 지점 이후의 줄들은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삭은 곳이 떨어져 나갈 때, 함께 떨어져 나갈 것이다. 그리고 그 위에 쌓인 것이 많을수록 잃을 것도 많아질 것이다. 그래서 과오를 씻는 것은 모순에 들어가고 새판을 짜는 것이다. 옹호할수록 조바심이 생기고 괴물이 되갈지 모른다.
어쩌면 내가 이럴지 모른다. 모순을 일으키는데 대한 두려움,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는 까다로운 기준, 그것이 나를 과거의 나로 계속 굳어지게 만들지는 않을까. 바운더리를 못 벗어나게 만들지는 않을까. 숨기진 않을까. 괴물이 된 것은 아닐까. 옳지 않은 과거를 옹호하고 있지는 않을까. 그래서는 안된다. 그렇게 쌓여가서는 안될 것 같다.
이미지 출처 : http://jsbeob.com/_ort/?cId=7904&seCate=%EC%97%B4%EB%A6%B0%EB%A7%88%EB%8B%B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