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지웅은 책을 읽지 않으면 지식끼리의 연결고리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했다. 연결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맥락이 없거나 논리가 부족함을 뜻한다. 사고와 사고 간에 비약이 다소 많이 존재함을 의미한다. 어설프고 어리숙하다.
책 한 권을 읽는다고 그 안의 모든 지식과 논리가 내 것이 되지는 않는다. 내 것이 되는 것은 그중에서도 특별히 나에게 인상을 주는, 그래서 뇌리에 깊이 박히는 부분이나 혹은 책이 전체의 내용을 통해 말하려고 하는 핵심적인 메시지다. 그렇게 뇌리에 남은 하나의 단편은 말 그대로 하나의 단편일 뿐으로 별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왜 그런 것일까. 그것은 맥락과 줄기는 이미 내 안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인간은 10대 후반에 이미 인격이 다 완성된다고 한다. 생각하는 방향이나 가치관의 부여 방법은 그 이후로 잘 변하지 않는다. 그것은 어떤 형식이자 줄기, 맥락을 의미한다. 다만 그것을 표현해내는 언어는 아직 다소 부족할 수 있다. 그러니 뭔가를 계속 쌓아간다기보다 이미 자리 잡힌 틀 속에 지식과 경험과 지혜를 계속해서 밀어 넣는 것이다. 그렇게 한 개인의 주체적인 가치관 속에 수많은 언어들이 밀집되고 축적되다 보면, 그들 사이에 연결고리가 발생하고 그 모든 지식들이 결국 하나의 연결체로 성장해나간다. 아마 그래서 허지웅이 책 읽기를 중시한 것이라 생각이 든다.
특별히 새롭게 느껴지는 어떤 단상을 발견하는 것은, 아니 그것이 새롭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의식의 단계에 형성된 한 사람의 가치관 프레임에 부합하는 언어를 발견했기 때문이 아닐까? 마치 낚시를 하듯 낚아채는 언어의 파편들, 그 파편들이 수많은 교집합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끊임없이 읽어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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