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본능.

by 글객

갖고 있던 생각들이 일순간 얽이를 만들고 하나의 맥락이 만들어질 때, 규정하기 어려운 어떤 의미가 느껴진다. 그 느낌은 무엇일까. 의미 있는 생각이 든다는 것은 나라는 존재의 의미를 느끼는 것과 동치가 되는 것 같다. 일에서 의미를 느낀다는 것은 그래서 중요한 것일까?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내 존재감을 스스로 꾸준히 자각해가는 과정일까?


오늘 본 박웅현 선생의 강연이 생각난다. 그는 영화 그래비티의 내용을 태아가 엄마뱃솟을 나가는 과정으로 묘사했다. 그 발상이 참 새롭고 의미 깊게 다가왔다. 그리고 그렇게 고된 과정을 거쳐 엄청난 확률로 선택받아 태어난 우리 인간 개개인의 삶의 의미는 과연 무엇인지를 고찰했다. 답 또한 영화 속 한 장면에 있었다. 산드라 블록은 왜 그렇게 험난한 여정을 이겨내며 지구에 귀환하려 했나? 지구에 돌아왔을 때 남아있는 것은 먼저 세상을 떠난 딸에 대한 추억뿐인데, 왜 그렇게 살아 돌아오려고 했을까? 그 맥락에는 논리가 없다. 생존 본능은 한 인간에게 단지 주어진 무엇일 뿐이다. 이런 생각은 산드라 블록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죽음을 선택하려 할 때 불현듯 나타난 조지 크루니의 대사를 통해 엿볼 수 있다. 앞으로 가기로 했으면 그저 가면 되는 것이라고. 어디에도 본질적인 이유는 없다. 단지 내 선택과 상관없이 부여받은 생존의 본능이 다 달아 없어질 때까지 그에 입각해 살아나갈 뿐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산드라 블록이 힘이 빠져 떨리는 두 다리로 오롯이 땅위에 서 보이는 모습이다. 결국 인생은 단지 두 발로 서는 것이다. 어떻게 생활자료를 취득할지를 순간마다 고민하면서 자신의 두 다리로 서있을 수 있는 힘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 과정 자체가 내 존재의 의미를 느끼는 일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미지 출처 : http://www.cinemablography.org/blog/inside-look-the-technical-and-thematic-achievements-in-grav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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