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 정리를 하며 미련의 크기를 본다.

by 글객

서랍 정리와 더불어 여러 물건들을 정리하느라 반나절을 보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눈치채지 못한 새에 마구잡이로 처박힌 물건들. 분류와 정리 없이 때려 박아진 물건들. 버려야 할 것들. 간직해야 할 것들. 이사라는 계기로 인해 그것들은 카테고리가 다시 설정되는 기회를 부여받았다.


책상과 서랍 정리를 하면 나라는 사람이 가지는 미련의 크기를 느낄 수 있다. 책상 정리를 할 때마다 몇 번이고 '간직'의 판정을 받았던 물건들이 그 판단의 기간 동안 별다른 쓰임이 없었음을 발견할 때, 그리고 그렇게 보이는 물건의 수가 많을 때 내가 가지는 미련의 크기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은 어떤 표본이자 꾀 정확하게 한 사람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상징이다. 언젠가는 쓰이겠지라는 막연한 생각 속에 그 쓸모가 과잉 해석되어 간직되는 물건들. 그 물건들이 의미하는 것은 내 생각과 마음속에도 그런 미련의 대상들이 꽤 많이 존재하고 있음을 뜻할 것이다. 나의 주변은 나의 사고와 심리가 투영된 장이다.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는 하나의 개체이다.


인생은 결국 분류와 정리다. 속성이 비슷한 것들을 모아 판단을 간결화하고 쓸모 있는 것과 쓸모없는 것을 구분하여 정리하는 것이다. 나라는 사람이 짊어지고 감당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물건이건 생각이건 한계가 있다. 우리가 모두 여행자라면, 그리고 인생이 여행과 같다면, 미련의 크기가 클수록 머무름을 뜻하고 그것은 인생의 본질을 흐트러트리는 짓일 것이다. 가볍지 않으면 나아갈 수 없다. 쓸모를 과잉 판단하면 무의미한 것들로부터 족쇄가 채워진다. 몸과 마음을 가벼이 하여 언제나 걸어갈 준비를 하는 것이 인생을 잘 사는 것이지 않을까? 책상 정리를 하면서 미련의 크기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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