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길 광화문역 지하철에서 나오는 계단을 올라가는 인간 군상을 잠시쳐다보았다. 눈에 보이는 모든 곳을 꽉채운 인간들의 머리는 마치 파도가 잔잔히 치는 수면처럼 일정한 박자감으로 오르락 내리락 했다. 그것은 해변으로 다가오는 파도의 모습처럼 각자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와 관계없이 모든 방향지표가 똑같은 지점으로 공유되어 만들어지는 거대한 하나의 흐름이었다. 그 순간 개체의 의미는 미약하고 군집의 의미가 더 커보였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나라는 존재의 지금은 통계의 결과일까 선택의 집대성 일까? 수십억의 개체가 살아가는 인간 개개인의 삶은 과연 그 모두가 가치있는 무엇인가? 인간이란 희안하다. 참 다양한 방향과 참 다양한 모습으로 주어진 인생을 채워나간다. 그 안에 영향력 있는자와 그렇지 않은자가 갈린다. 누군가는 너무 많은 사람에게 기억되고, 또 누군가는 아무도 모르게 죽어간다. 동물의 세계와 식물의 세계는 그런 것이 없지 않나. 마이클 잭슨과 같이 전세계의 모든 호랑이들이 기억하는 특별한 호랑이 따위는 없다. 힘이 좀 센 녀석 성격이 좀 모난녀석이 있을 순 있겠지만 호랑이의 삶은 다 엇비슷하게 호랑이의 삶일 뿐이다. 생명력을 유지하고 그 생명력이 다하기 전에 종족을 번식한다.
인간도 결국 동물이다. 생명력이 다 할때가지 살아가고 후손에게 유전정보를 전달한다. 멀리서 보면 그 뿐이다. 광화문역 계단을 매운 사람들처럼 어떤 거대한 흐름을 채우는 부분일 뿐이다. 그렇다면 그 광경을 지켜보는 나는 무엇인가? 유의미한 족적을 남기는 어떤 사람인가. 아니면 나 역시 마찬가지로 군집의 한 귀퉁이일 뿐인가. 아무리 살아봐도 인생은 잘 모르겠는 상태로 남는다. 멀리서 보면 별 것 없고 가까이서 볼수록 온갖 것이 귀중히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