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의 대사 한 마디가 기억에 남는다. 바둑을 둘 때 한 수를 놓기까지는 수많은 시나리오를 생각하게 되고, 그렇게 수많은 레이어로 판단하여 놓게 되는 한 수는 결국 절대적으로 놓여야 할 수, 수많은 예상 시나리오에 모두 등장하여 어떤 시나리오를 택하더라도 반드시 두게 되는 그 수를 두게 된다는 대목 말이다. 그렇게 둔 한 수는 빈틈이 없고 철옹성과 같이 느껴지게 된다.
일이란 바둑과 같다. 한 건 한 건의 업무가 모두 바둑 한 판처럼 보인다. 다만 동시다발적으로 업무를 진행하는 것은 여러 판의 바둑을 동시에 두는 기분이다. 각 업무의 담당자와 두는 한판의 대국. 어떤 담당자와의 한 판은 단지 호흡을 맞추어가며 바둑판을 채우는 느낌이 들 정도로 절차를 공유해 감이 조화롭고, 지저분한 누군가와의 업무는 단 한 수를 놓는 것조차 버겁다. 이런 상대와의 업무는 절차 하나를 밟는데 따르는 에너지 소모가 심하며 그 순간에 있어서 절대 밀리지 않을 만한 절대수를 찾기 위해 애를 써야만 한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어려운 것 은 앞서 말했듯이 일이란 누구 한 명과 만의 대국이 아니라는 점이다. 까다로운 담당자 한 명과의 수 싸움에 절대수를 찾는 동안 동시에 이루어지는 다른 대국의 담당자가 넋 놓고 기다려주지는 않는다. 그래서 그 여러 판의 대국을 동시에 생각하며, 그중 가장 시급하고도 중요한 수는 무엇인가를 판단해야 한다. 몇 개의 판 속에서 나 스스로에게 가장 절대적인 수는 무엇인가를 탐구하고 발견하여 그렇게 발견되는 한 수 한 수를 탑 쌓듯이 우직하게 쌓아나가는 것이다.
하루가 쏜살같이 지나가고, 마치 가진 에너지를 다 소진한 듯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당연하다. 하루가 지나간다고 대국이 끝나지 않는다. 사업이 흘러가는 몇 개월의 기간을 기준으로 두는 수십 판의 대국을 마라톤으로 두는 것. 그것이 일이란 개념의 핵심적 모습이 아닐까. 매일매일 배수의 진을 치는 절대 수를 찾아 점철시켜 나가며 끝이 기약되지 않은 대국을 끊임없이 이어나간다.
이미지 출처 : https://www.scientificamerican.com/article/how-the-computer-beat-the-go-mas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