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 오점은 1차적으로는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 일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의외성이나 신선함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실수라는 것은 예상한 범주 밖에 수가 놓인 것을 의미하여 기존의 것들과의 연계성이나 집합성이 낮아 위태로울 수도 있지만 그 놓인 수를 잘 활용하면 독창적인 새로운 범주를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너무 동떨어져있어 기존의 영역과 연계될 가능성이 전형 없어서는 실패한 수가 되겠지만 오점을 기준으로 확보된 영역이 기존의 영역과 중첩되는 부분이 존재하는 정도로의 실수는 새로움을 추구할 수 있는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기존의 틀을 깨는 도끼질의 역할을 해줄 수 있다.
낯설게 보기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익숙한 무엇을 자발적으로 낯설게 만들기는 어렵다. 틀이라는 것은 관성이고 그 관성에 뒤틀림을 주기 위해서는 새로운 에너지가 필요한데 외부적이 아니고서야 그런 에너지가 절로 튀어나오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팔을 휘젓는 정도의 의외성으로는 기존의 관성을 거부하기에는 역부족이란 예기임과 동시에 예상하지 못한 외부적인 충격이 있어야 새로운 길이 보이고, 또 그 새로운 길로 진입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거나 발을 헛디뎌 넘어질 때 비로소 바닥이 보이기 시작한다.
바둑에서는 죽은 수는 그대로 두되 최대한 그 수를 활용하는 방법으로 다음 수를 이어나가야 실수가 가지는 마이너스적 요소를 최소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이미 두어진 수이기에 시간을 되돌리듯 수를 회수할 수는 없기 때문에 다음에 둘 수가 그 잘못 두어진 수와 상호작용을 하게 하여 최소한의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경험이 쌓이면 이 한 판에서는 그것이 실수를 최대한 수습하는 차원에서 끝날지 모르겠지만, 다음의 한 판에서는 오히려 그 실수에서 깨달은 또 다른 접근방법이 상대를 당혹시키는 새로운 레퍼토리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