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의 말을 보아야 한다.

by 글객

유시민 작가가 MBC 개헌 토론에서 언급한 민주주의에 대한 설명은 인상 깊었다. 민주주의는 정치인의 진정성을 따지는 제도가 아니라 해당 정치인의 정치 행위가 국민의 삶을 증진시키는 데 있어서 얼마나 논리적이고 합리적인가를 판단해야 하는 제도라는 설명은 그 누구도 상대방의 진심을 알 수는 없다는 전제에서 비롯한 설명이었다. 히틀러에게도 진정성이 있었다는 부연설명은 심리를 캐내어 상대방을 이해하는 행위의 취약함이란 무엇인가를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었다.


정치인에 국한된 설명이었지만 나는 상대방을 평가하는 이런 방식이 민주주의 체계 안에서 살고 있는 보통의 사람들에게도 필요한 교양이라고 생각한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상대방의 마음을 캐내려 한다. 상대방의 본심을 취조하여 그 심리를 알아차리는 데서 느낄 수 있는 묘한 카타르시스, 보통 "거봐 내가 그럴 줄 알았다니까"라는 자주 하는 말의 표출과 함께 발현되는 그 심리는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정서적 헤게모니를 점령하려고 하는 심리다. 그 카타르시스를 통해 정서적으로 상대방을 지배하려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 이러한 정서 싸움은 사회가 갖는 논리성과 합리성의 총량을 줄인다. 패거리 정치, 과잉적인 의리 문화 등은 논리를 묵살하는 한국 특유의 '정' 중심의 문화가 만들어내는 상징적 결과물이 아닐까 생각한다.


인간은 정서를 완전히 무시할 순 없다. 모든 논리의 근간은 정서에 있다고 생각하는 한 사람으로서 정서를 완전히 배제한 논리는 괴물 혹은 로봇에 가깝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서만 가지고 사회와 호흡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것은 너무 동물적이고 원시적이다. 사람이 사회적 동물로 기능하고 보통의 동물이 이룩하지 못한 문명, 산업, 지식, 법리 시스템을 구축한 것은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합리적, 논리적 사고가 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때문에 그런 시스템이 기본으로 깔려 있는 인간 세상 속에서 보통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논리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감정만 가지고 타인과 의사소통하려는 자세는 그런 의미에서 시스템 자체에 역행하는 일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인간에게 자존감이 필요한 이유는 결국은 논리 게임을 잘하기 위함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존이 강한 사람이 대화에서 정서를 배제시킬 수 있고 정서를 배제시켜야 타인의 이야기가 시사하는 의미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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