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찰력이라는 말이 있다. 쉽게 말하면 거대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능력이다. 여러 가지 이슈를 공통된 하나의 맥락으로 한 번에 꾀어낼 수 있는 능력. 어떤 인상으로부터 이야기의 굵은 뼈마디가 단숨에 스케치되는 이 능력은 시작과 결말을 동시에 상상해낼 수 있는 능력이다. 서로 다른 것들에서 무엇이 공통점인지를 아는 능력일 수도 있겠다.
뭔가 일을 꾸밀 때 이 통찰력이 중요하다. 기획이라는 게 생각의 얼기를 만들어내고 그 얽이 얽이 사이를 얼마나 논리적으로 또 얼마나 촘촘하게 채워 넣느냐의 싸움인데 제한된 시간과 수많은 정보 속에서 이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굵은 뼈대를 한 번에 인지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필요한 정보와 불필요한 정보의 분별력이 떨어져 주어진 시간과 정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 밑그림이 있으면 색칠하는 일이 어렵지 않은데 밑그림이 없으면 어디를 어떻게 칠해야 결과적으로 원하는 그림이 나오는지 알기 어려운 것과 비슷한 이치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골자는 이 능력이 점점 떨어진다는 것을 스스로 느낀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주는 가장 큰 수고로움은 보았던 자료, 썼던 글을 계속해서 되풀이하며 들여다봐야 함에 있다. 마치 색칠을 일부하고 전체의 그림을 확인하고 또 부분을 색칠하고 전체를 들여다보는 행위를 계속해대는 것처럼 하나의 이야기를 만드는 데 있어서 그 부분을 수도 없이 다시 보게 된다. 몇 번이고 쳐다봐야 겨우 얽이가 느껴지는 이 상황은 그렇지 않았던 과거의 나와 비교하게 될 때 삶의 작은 회한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그렇다고 별 수 있을까. 과거와 같은 통찰력이 없다면, 그래서 수도 없이 자료를 반복해서 보아야 겨우 얽이의 실마리를 느낄 수 있는 지금의 나라면 그나마의 능력에라도 기대고 나아가야 한다. 무기가 그것뿐이라면 그것으로 만들 수 있는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 그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아마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