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대기업 임원의 꿈을 접었는가[J+]

조직의 꿈에서, 내 꿈으로 방향을 바꾸기까지.. 창업을 결심한 이유

by J plus

“넌 진짜 임원감이야”

그 말은 내게 오래도록 각인된 칭찬이었다.


그리고 어쩌면, 내가 계속 그 길을 향해 달려온 작은 이유이기도 했다.


나는 시가총액 기준 국내 15~20위권인 회사에서 꽤 괜찮은 커리어를 쌓아왔다.

영업 최전선에서 시작해, 영업기획–마케팅전략기획–전략기획부까지,

조직의 핵심이라 불리는 (만약 내가 임원의 자리에서 저런 코스를 밟았다면 바로 ‘사장’ 코스라 불리는)부서를 두루 거치며 일했다.


대기업 안에서 영업을 하고, 시장을 분석하고, 조직을 설계했고, 전략을 수립했다.

신규 개척 시장의 격변 속에서 후일 글로벌 제품으로 성장했던 신제품의 개발에 직접 관여했고,

글로벌 사업을 본격화 하기 전부터 글로벌 기업들과의 수출 제휴 논의에도 참여했다.

(관련 업무에 관여하거나, 논의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꽤나 인정받던 징표였다)


사내에서는 이런 나를 두고 “미래 사장감”이라고 말하는 동료, 선/후배들도 참 많았다.

나도 그 말이 썩 나쁘게 들리지 않았고, 마치 곧 임원이 될 것 같은 기대감 속에서, 겸손한 태도를 곁들이는 법도 익혔다.


그런데, 그토록 오르고 싶었던 그 자리를 가까운 곳에서 보면 볼수록 오히려 멀어지고 싶은 마음이 들게 됐다.


본사 전략실에서 근무하게 된 무렵, 나는 정말 가까이서 사장 및 최고 경영진인 임원들의 일상을 함께 했다.

새벽에 출근해서 밤늦게 퇴근하고, 결정 하나에도 조심해야 하면서 권위를 잃지 않아야 하는 자리.

수많은 인사, 복잡한 사내/외 정치, 무게감 있는 대외 활동.

무게감 있는 자리인 만큼, 그 무게가 사람을 짓누르는 모습도 자주 봤다.


그 분들이 걸어온 오랜 노력의 모습을 상상해보는 것은 멋진 일이었지만,
눈으로 직접 바라보는 현실의 모습은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대규모 임원 인사 발령장과 함께 내가 오랫동안 바라던 ‘성공’이라는 개념은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많은 분들이 임원 1년만에 계약 해지가 이뤄졌고, 그 중 몇몇은 내가 존경하던 선배님들이었다.)


그분들은 마지막 인사를 건네며, 그동안 매일같이 함께 나누던 성과나 전략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기다렸다는 듯? 개인적이고 인간적인 말들을 남겼다.

“하고 싶은 일을 너무 미루지 마.”
“가족을 잘 챙겨.”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마.”
“돈, 생각보다 많이 필요하더라…”


수십년 몸 담은 조직을 떠나는 일부 가까운 임원들의 마지막 작별 순간은,

본인이 쌓아올린 과거의 노하우를 전하는 순간이 아니라,

마치 임종을 앞둔 어르신이 젊은 후손들에게 솔직한 마음으로 본인의 후회를 말하는 순간처럼 들렸다.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말아라. 하고 싶은 일을 미루지 말아라. 가족 잘 챙겨라.
항상 당당해라. 돈을 많이 모아둬라(=막막하다). 등


그때 나는 가슴 속에 갈 길 잃은 꿈이었던 창업을 내가 나아갈 방향으로 정했다.

물론, 안정적인 대기업을 떠나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건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창업이 넓은 세상으로의 한 걸음일 수도 있지만, 그 역시 또 다른 ‘우물’일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가족을 잘 챙기고 싶었지만, 수익을 담보하지 못하는 선택이라는 것도 분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삶의 방향을 내가 선택하고 싶었다.

오랜 시간 조직의 꿈을 향해 달려온 선배님들의 마지막 조언은
내게 이렇게 들렸다. “나답게. 자신 있게. 주도적으로 살아봐라.”


이제는 더 이상 조직의 꿈이 아니라, 내 꿈을 살아보고 싶었다.

조직의 꿈이 아니라, 내 꿈을 살아보고 싶었다.


성공의 정의는 누구에게나 다르다. 내가 찾은 성공은 이것이었다.

진짜 성공은 남이 정한 목표가 아니라, 내가 선택한 방향에서 만들어진다.


IMF가 이랬을까 싶을 정도로 지금 내 처지가 심상찮다.

그래도 내가 후회를 하지 않고, 이미 성공한 인생이라 여기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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