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뵈러 지방 가는 길]
정년퇴직 후 4일 되는 날입니다.
아침 기상은 여는 때와 같은 시간에 일어났지만, 사실 지난밤은 나도 모르게 잠을 두서너번 설치다가 눈을 떴습니다.
30여 년 체바퀴도는 출근 습관이 몸에 베인 탓인지 여전히 같은 시간이 되면 잠자리에서 벌떡 일어납니다.
어제는 쉬었지만 아직도 휴가인 양 마치 내일은 출근해야 할 것 같은 마음입니다.
모처럼 아들이 시간 된다는 전화를 받고 내자와 나는 들뜬 마음에 시외고속버스에 몸을 싣었습니다.
아들은 대학교 시절부터 꿈꿔온 학생사관후보생과 군장학생으로 든든한 장교가 되어 수년을 걸쳐 지방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아들이 발령 나는 곳이 우리 부부에겐 찾아가는 여행지이자 설레는 제2의 고향이 됩니다.
길가에 벚꽃은 만개하여 연분홍 새하얀 속살을 마음껏 들어내고, 샛노랑 개나리 꽂은 어서 오라 손들어 살랑살랑 손 짓하는군요.
벌써 서울을 출발한 버스는 어느덧 종착지에 도착했음을 알립니다.
아들 만나 뭘 하지?
경치구경.
맛난 거 먹고 카페.
하루가 머물러 있지 않고 휙~익 지나가는군요.
이른 아침 눈 비비며 일어나 꽉 찬 고속버스를 타고 시공간을 넘어 공기 좋은 산천 여기저기를 둘러보고 수다스러운 잡담과 허기진 배 채우며 돌아다보니 저녁이 되었습니다.
참! 오늘 시간은 알찬 하루입니다.
아들과 함께 보낸 하루 속에 우리 부부의 인생도 조금 더 성숙한 삶으로 익어가는 토요일 저녁입니다.
일요일 아침, 출근하는 아들의 배웅을 뒤로하고 KTX 용산행 열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짧은 1박 2일의 여정이지만, 부모로서의 긴 시간 속에서 또 하나의 인생 페이지를 조용히 넘기는 순간입니다.
멀어지는 아들의 모습에는 든든함과 함께 아쉬움이 겹쳐지고, 그 뒷모습을 바라보는 마음에는 여전히 어린아이를 남기고 떠나는 듯한 애틋함이 스며듭니다.
비록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 시간은 오래도록 가슴에 머무는 따뜻한 기억이 되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길 위에서도 조용히 함께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