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nking Schools, Learning Nation
2018년 QS 세계 대학 순위, 아시아 1, 2위를 싱가포르의 Nanyang Technological University (NTU), National University of Singapore (NUS)가 나란히 차지했고, 3년에 1번씩 시행되는 OECD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 (PISA test)에서 싱가포르는 수학, 읽기, 과학 등 주요 영역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습니다.
500만이라는 한정된 인구, 서울만한 작은 국토, 천연 자원이 나지 않는 척박한 환경 아래 놓인 싱가포르에게 교육은 국가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다인종, 다언어, 다문화 국가로서 교육을 통한 국민통합을 실현하고 아시아 교육의 앞단에 서 있는 이 나라가 흥미로워 현지에서 직접 '교육을 느낀 순간들'을 모아봤습니다.
싱가포르 사이언스 센터 천문대에 갔다가 우연히 중학교 천문학 클럽의 발표를 참관했고 세 번 놀랐다.
처음 놀란 건 중학생의 태도가 내 대학교 1학년 첫 발표 태도와 너무나 유사해서 놀랐다. ppt를 제작해 열심히 프로인 척하지만 너무나 아마추어인 모습. 하지만 ppt도 열심히 만들고 발표 내용은 달달 외워 실수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 한 가지 다른 모습은, 한국의 고등학생티를 벗지 못한 대학생이던 나는 발표 내내 얼어있었고 실수에 어쩔 줄 몰라했지만 이들은 시종일관 미소 지었다. 4명의 학생들은 웃으며 한마디 한마디 또박또박 준비한 내용을 발표했다. 실수를 하곤 부끄러워했지만 친구들은 "괜찮아"라고 웃으며 말했고 실수한 이는 청중을 향해 "sorry"라고 분명히 말한다.
더 멋진 모습은 선생님. 질의응답 세션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대답을 도와주지 않고 엄숙한 표정이던 선생님은 발표가 완전히 끝나자 웃으며 "오늘은 이 아이들의 첫 발표였어요. They are progressing it. 이 아이들의 발표를 끝까지 안 나가시고 견뎌주셔서 정말 감사해요(웃음) 난 오늘 너희가 자랑스러워 얘들아" 잘했다 못했다를 따지기 전에 성장하는 과정임을 분명히 하는 교육의 모습에 놀랐다.
마지막 놀란 사실은 이 천문학 클럽의 수업 과제 같은 발표를 듣는 일반인들이 너무 많았다. 나야 싱가포르 중학생들은 어떤 활동을 하나 호기심에 친구에게 들어보자고 말했지만, 한국에서 내가 특별히 천문대까지 가서 한국인 중학생들의 학교 클럽 발표를 30분 넘게 듣고 있을지는 의문이다. 꽤 많은 일반 중고등학생, 어린 자녀와 함께 온 부모, 커플들까지 이들의 발표를 인내심을 갖고 청중으로 있어주었다. 싱가포르의 교육을 체험해본 첫 경험이자 배우고 싶은 부분들이 많은 30분이었다.
싱가포르는 중국계 약 74% , 말레이계 약 13%, 인도계 약 9% 등으로 구성된 다인종, 다언어, 다문화 국가이다. 따라서 교육을 통한 국민통합이 매우 중요하다. 헌법에 각 인종 간 평등을 규정하고 있고 영어, 중국어, 말레이어, 타밀어 등 4개 언어를 공용어로 채택하고 있다. 영어를 중심으로 한 이중 언어정책을 추진한 결과, 전체 국민의 영어 습득 비율은 90%를 상회하고, 청년층은 100% 가까이 영어를 구사하고 있다. 또한 세계화 및 지식기반 경제에 적응할 수 있는 인적자원을 양성하기 위하여 실용주의적 교육을 하고 있다. 초등학교 과정부터 대학까지 매 과정마다 경쟁을 통해 소수 정예만이 대학과정을 마칠 수 있는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기본 학제는 유치원 3년, 초등교육 6년, 중등교육(4~5년), 고등교육(주니어 칼리지 2년, 직업훈련원 3년, 한국의 전문대학과 비슷한 폴리테크닉 3년), 대학교 4년이다. 2012년 교육부 자료 기준으로, 초등학교는 190개, 중등학교 168개, 주니어 칼리지 22개, 직업훈련원 1개, 리테크닉 5개, 인터내셔널 스쿨 40개, 대학 5개가 있다. (최근 주니어 칼리지 통폐합이 이루어져 숫자 재확인 필요)
이 교육시스템에서 가장 큰 특징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세 등급의 우열반이 정해지며, 초등학교 6학년 때 치르는 졸업시험 PSLE(Primary School Leaving Examination) 결과에 따라 중학교 진학이 결정되게 된다. 졸업 시험에서 일정한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졸업을 하지 못하고 유급을 시키는 과정이 초등학생이라는 어린 시기에 진행되는 것이다. 초등학교 졸업시험에 합격하면 중·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불합격자는 직업훈련원에서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어린 학생들은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어야 하며, 너무 어린 시기에 미래와 직결되는 교육환경이 결정된다는 비난을 받고 있기도 하다. 이후 고등교육 또한 주니어 칼리지, 직업훈련원, 폴리테크닉 등 다른 교육 시스템으로 분리되어 교육의 내용과 선발 기준에 따라 걸러내는 과정이 지속된다. 직업 교육, 실용 교육과 무관히 전체 인구의 대학교 입학비율이 너무 높다는 비난을 받는 우리나라와 대조되는 모습이다.
싱가포르는 국가 비전 설정 능력이 뛰어난 국가다. 교육에서도 강력한 비전이 드러나는데 지식기반 사회의 도래와 함께 '생각하는 학교, 학습하는 나라(Thinking School, Learning Nation)'라는 국가 교육비전을 1990년대에 2018년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리서치를 하며 싱가포르의 교육에서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부분을 찾았다. 바로 '선생님'이다.
1) 교육과정 편성권과 의사결정권이 교사에게 있다는 점, 2) 교사학습공동체(PLC)가 활성화되어있다는 점이 중앙집권적 비전 설정 국가에서 역설적인 부분인데 'Thinking School, Learning Nation'이란 국가 비전(통제) 아래 이런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서 싱가포르는 정책결정자, 연구자들에 비해 교사의 발언권을 높이는 편을 선택했다. 앞서 사이언스센터 천문대에서 천문학 클럽의 활동과 같이 선생님과 방과 후 활동을 학생들과 논의하고 기획하여 진행하는 과정이 활성화되어 있고 그 평가과정 또한 교사의 자율성이 보장된다.
또한 교사학습공동체(PLC)가 활성화되어 있다. 매킨지 컨설팅 회사의 보고서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최상의 교육역량을 갖추기 위해 교사 학습공동체를 활성화하고 그 속에서 교사들끼리의 협력체계를 잘 구축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 싱가포르 초등학교 교사인 친구의 말을 들어보아도 교사들끼리 협력하여 National day rehearsal 견학을 기획하고, 역할을 분담하며 과제 학습을 진행하는 등 교사들 간의 다양한 활동시간이 업무시간에 포함되어 있었다.
참고 자료 및 기사
에스플레네이드 앞 야외 공간에 앉아있을 때 재잘재잘 걸리는 소리에 뒤돌아보니 유치원생들이 소풍을 나왔다. 스쳐보아도 다양한 인종이 섞여 있고, 선생님과 활기차게 영어로 대화하는 모습에 이들이 어떻게 교육받고 성장할지 기대가 된다.
에스플레네이드라는 도심 속 문화 건물 3층에는 도서관이 있다. 남녀노소 연령을 불문하고 다양한 사람들이 독서와 음악, 공부, 신문을 보는 지식활동을 하고 있었다.
싱가포르에서 본 팸플릿 중 가장 좋아하는 Espanade 소개서이다.
They enjoyed themselves very much with great facilitators.
어린아이부터 노년층까지 시민들의 일상 속 'Make a difference'를 위해 다양한 문화행사가 수시로 기획되고 지속적인 참여가 도시의 가장 중심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