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과 이후 발전을 기리는 싱가포르 독립기념일 행사
싱가포르에서는 매년 8월 9일, 싱가포르의 독립과 독립과 이후 발전을 기리는 특별한 행사가 열린다.
바로 싱가포르 독립기념일 기념행사, National Day Parade 다.
1965년 말레이시아에서 분리독립한 후 싱가포르는 기적이라고 표현할 수 밖에 없는 고도성장을 이루어냈다. 그 과정에서 국내외 경제 위기, 인종 갈등, 이민자, 지역 감정, 국제 정치의 난관들을 이겨내야만 했고 싱가포르 국민들은 조부모, 부모세대와 자신들이 일구어낸 현재 싱가포르의 위치를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매년 8월 9일 가족 친구들과 함께 독립기념일을 즐기며 애국심을 고취하는 순간을 갖는다.
National Day Parade가 열리는 마리나 베이 부근에서는 육해공 군사 행진, 군사 훈련 시연, 다인종 다문화를 반영한 가지각색의 예술 공연, 에어쇼를 비롯해 피날레로 마리나 베이의 고층 건물숲을 배경으로 한 화려한 불꽃놀이를 즐길 수 있다.
2개월 전부터 온오프라인에서 다양한 NDP관련 행사와 홍보가 이루어지며, 아래의 2018 NDP 트레일러 예고 영상을 보면 다음 주에 있을 NDP를 미리 느껴볼 수 있다.
자세한 행사 스케쥴은 www.ndp.org.sg 공식 홈페이지와 소셜미디어에 수시로 업데이트된다.
매년 National Day Parade에서는 싱가포르 유명 배우, 엔터테이너, 가수 등으로 구성된 Host가 선정된다. 연말 연기대상의 MC들이 그 해의 가장 주목받은 연예인, 아나운서로 관심을 받는 것처럼 NDP의 Host들은 싱가포르에서 남녀노소 불문 인지도 있는 유명인들로 선정된다.
매년 4-5인의 host가 팀으로 선정되는데 사진(좌:2017년 호스트, 우:2014년 호스트)에서 보이듯이 차이니즈, 말레이, 인디안 인종을 각각 포함한 다인종 구성의 팀이 특징적이다.
2017년 NDP에서는 다인종을 넘어 Edgar라는 이름의 로봇이 깜짝 Host로 등장하기도 했다. Edgar는 Joakim Gomez, Julie Tan, Nurul Aini and Subramaniam Narainda라는 4명의 인간 host와 함께 퍼레이드를 함께 진행했으며 첨단 로보틱스 개발에서 앞서가고자 하는 싱가포르의 의지와 자신감을 국민들에게 먼저 내보이는 현명한 결정이었다.
기계문명과 인간의 공존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내기도 했는데 로봇 스스로 NDP에서 자신이 얼마나 싱가포르인과 유사한지, 치킨 라이스를 먹는다며 소개한 멘트는 다시 들어도 귀엽다.
"I know all about Sang Nila Utama, and where to eat the best chicken rice - any self-respecting Singaporean can tell you that!"
싱가포르는 섬국가이다. 주변에는 1인당 GDP는 더 낮더라도 인구와 국토 규모가 훨씬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에 꽁꽁 둘러쌓여 있다. 작은 나라지만 국방비 지출은 세계 5위이며 국내총생산의 3.3%인 124억 달러에 이른다. 서울만한 좁은 국토의 1/5를 군사지역으로 할당했고, 특히 공군을 강화하여 공군기지는 5곳을 보유하고 있다.
싱가포르 남성들은 우리나라처럼 의무 군복무가 있다. 대학 (합격 후) 입학 이전에 2년의 출퇴근제 군복무를 의무로 복무한 후 대학생활을 시작한다. National Day Parade에서도 군사 훈련 예행 및 무기 시연은 하이라이트다. 육해공군이 모두 행렬하고 그 해의 신식 탱크, 포탄, 낙하산 부대, 도심 속 제트쇼까지 국방력이 실감나게 느껴지도록 시연을 펼진다.
실제 총과 포탄이 터지는 군사훈련을 본 건 싱가포르가 처음이었다. 매년 국방비와 방위 산업이 화두에 오르고 아직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에서도 접해 보지 못한 육해공 군사훈련을 싱가포르 National Day Parade에서 처음 접하며 NDP의 또 다른 역할을 깨달았다. 싱가포르 국민들에게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로 둘러싸인 자국의 지리적 현실과 국방의 중요성을 되새기는 날이자 독립 이후 일구어낸 경제 발전을 꼭 지켜내겠다고 되새기는 날이었다.
1998년, 인도네시아 대통령 바흐 루딘 유숩 하비비(Bacharuddin Jusuf Habibie)는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 인터뷰에서 '싱가포르는 지도에 표시된 작은 빨간 점(a little red dot)'일뿐 친구가 아니라고 말해 구설수에 올랐다. 이 발언에 대해 리셴룽 총리는 '그의 발언은 우리가 실제로 매우 작고 소중하다는 것을 상기시키는 귀중한 발언이었고, 작은 빨간 점이란 말은 모든 싱가포르의 정신이 되었다'며 오히려 싱가포르의 현실을 직시하고 화합과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계기로 삼았다. (참고: 지금, 우리 싱가포르, 최설희)
2015년, 싱가포르는 독립 50주년 기념 로고를 아예 빨간 점 안에 SG50이라는 문구를 담은 상징물을 만들고,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별명으로 만들었다. 인정할 것은 빠르게 인정하는 문화, 약점은 인정하고 극복방안을 찾는 문화가 이 작은 싱가포르를 세계에서 경쟁력있는 국가로 만들지 않았을까.
싱가포르 국영언론 Strait Times에서 2015년 내셔널데이 50주년을 기념한 특집 기사를 보면 그 동안의 8월 9일, National Day Parade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이야기 하나 더! 싱가포르는 지폐 인물 선정 배경에도 다인종 정책이 숨어 있다.
싱가포르의 모든 지폐 속 인물은 초대 대통령인 유솝 빈 이스학이다. 보통 국가 화폐에 들어가는 인물은 국가의 역사적인 위인(신사임당, 세종대왕, 이황 등)인 경우가 많지만 싱가포르인들은 이 초대 대통령에 대해 초대 총리인 리콴유만큼 잘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모든 지폐에는 유솝 빈 이스학이 동일한 사진으로 들어가있다.
인물 선정 배경을 들여다보면, 싱가포르가 말레이시아 연방으로부터 분리를 강요받고 독립이 이루어졌지만, 싱가포르 영토에 있던 말레이 인종도 국민 통합을 위해 포용해야 했다. 인구의 대다수를 구성하는 민족인 중국계 초대총리, 리콴유가 정치행정 실권을 가지며 형식적이더라도 초대 대통령인 유솝 빈 이스학을 모든 지폐에 넣은 결정은 초대 대통령의 권위를 살리고 말레이계 민족의 마음을 달래는 포용 정책의 일환으로 평가받고 있다. (참고: 지금, 우리 싱가포르, 최설희)
다음 주면 어느새 8월 9일이다. 작년 여름, 싱가포르에서 NDP 리허설과 불꽃놀이를 직접 본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 지났다. 그 사이 싱가포르는 북미정상회담, 아세안 지역안보포럼를 개최하며 국제 정치의 중심지로 한번 더 부상했다. 올해는 한국에서 유튜브 생중계로 NDP를 보며 2018년 남은 4개월, 싱가포르와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 지 상상해봐야겠다. 내년 NDP는 다시 한 번 싱가포르에 가서 보낼 기회가 생기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