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채울 수 없는 것들
얼마 전 영국 어학연수 때 알게 된 동생을 만났습니다. 그 동생은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중국으로 대학을 갔습니다. 중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홍콩에 취업하여 일을 하다가 새로운 도전을 위해 영국으로 어학연수를 왔습니다.
그 당시에 영국 어학원에는 한국인이 거의 없었고 그 동생의 친화력으로 한국인들은 금새 친해졌습니다. 그 동생은 어학연수가 끝날 때 쯔음 본인이 승무원을 해보고 싶었다며 한국으로 돌아와 승무원 준비를 하였고 놀랍게도 한 번에 승무원에 합격하였습니다.
승무원에 합격 후 중동에서 원하던 승무원 생활을 했지만 때마침 코로나로 인하여 일을 하기 어려워지자 다시 중국으로 돌아갔습니다. 동생이긴 하지만 정말 열심히 일하고 능력도 좋고 배울 점도 많았습니다. 얼마 전 그 동생이 개인적으로 매우 힘든 일이 생겨서 한국으로 잠시 돌아왔고 같이 밥을 먹게 되었습니다.
동생의 힘든 일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어주고 저의 현재 상황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였습니다. 제가 지금 경제적으로 어느정도 자유로운 상태지만 계속해서 공허함이 몰려오고 있으며 그런 것들을 극복하기 위해 책 모임도 하고 이것저것 배우고 있으며, 2~3 년 후에는 제주도에 내려가 집을 짓고 세계일주도 갈 것 이라는 이야기도 하였습니다.
이미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의 자유를 누렸고 돈이 주는 행복과 불행을 충분히 경험한 저에게 알 수 없는 이 공허함의 이야기를 들은 그 동생이 갑자기 입을 열었습니다. “사람이 기본적으로 행복하기 위해서 많은 것들이 필요하지만 그 중에서 기본적으로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랑이에요.” 갑자기 뜬금 없이 기본적으로 가장 필요한 요소가 사랑이라는 동생의 이야기를 듣고 그게 대체 무슨 의미를 뜻하는 것인지 궁금해 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는 동생이 말했습니다.
첫 번째는 가족과의 유대관계에서 오는 사랑,
두 번째는 형제 자매와의 유대관계에서 오는 사랑
세 번째는 연인이나 배우자와의 사랑
네 번째는 부모가 된 후 나의 자식과의 사랑
다섯 번째는 직장 생활을 하며 동료들과의 소속감에서 오는 사랑,
인간은 이 중에서 하나의 사랑이라도 채워지지 않으면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기 쉽고 그것들이 채워지지 않으면 공허함을 느끼기 쉬운데 지금 오빠는 지금 이 다섯 가지 중에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은 것 같아요. 사회생활을 하고 나이가 들면서 나라는 자아와 사람은 계속해서 성숙하고 성장하는데 겉으로만 계속 성장하면서도 기본적인 내면의 것들이 채워지지 않는 상황에서 내 스스로는 끝없이 공허한 기분이 들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이 나이가 되면 어느정도 가족이 형성되고 아내와 자녀가 생기고 부모님을 돌봐주고 친구와 동료들과의 관계가 안정되고 사회에서 얻은 결과물과 내가 책임져야할 요소들로 인해서 동기부여를 얻는데, 지금 아무리 열심히 돈을 벌고 열심히 일을 해도 책임져야 할 동기부여의 요소가 없으니 시간이 가면 갈수록 마음이 공허해 질 수 밖에 없는 거에요. 나의 인생을 살아갈 이유를 주는 원동력인 동기부여의 요소가 하나라도 있어야 하는데 어쩌면 기본적으로 인간이 행복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가져야 하는 것들을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아서 “오빠는 지금 어쩌면 애정결핍인 것 같아요” 갑자기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습니다.
사실 전 가족과의 관계도 좋지 않습니다. 어릴 때 부모님의 사이는 좋지 않았고 집안의 분위기는 항상 우울했습니다. 그런 집이 너무 싫었고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거의 독립하다 싶이 집을 나왔습니다. 운이 좋게도 산업기능요원으로 일하면 돈을 벌었고 대학교에 들어가서도 독립할 정도의 금전적인 여유는 있었습니다. 집에 가는게 너무 싫었고 독립해서 사는게 마음이 편했습니다. 부모님에 대한 애정도 없었고 엄마의 잔소리도 싫었습니다. 자기 할 말도 제대로 못하는 아빠도 싫었고 당연히 누나와의 사이도 좋지 않았습니다. 가족들과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딱히 관계를 회복하려고 노력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지금도 거의 연락하지 않습니다. 솔직히 가족의 사랑이는 것을 느끼고 살아보지 못해서 그게 어떤 것인지 잘 알지 못합니다.
그렇게 동생이 말한 첫번째와 두번째 사랑인 가족과 형제간의 유대관계에서 온 사랑이 결핍된 상황이었고, 지금까지 살면서 연애를 몇 번 해보기는 했지만 길게 해보지는 못했습니다. 20 대 초반 저에게 나름대로 큰 사건(여기서는 자세히 이야기 할 수 없지만…)이 있었고 20 대 중반까지 제대로 된 연애도 해보지 못했습니다. 취업을 하고 연애를 해도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오히려 겁부터 나고 제대로 표현하지도 못했습니다. 언젠가부터 그냥 포기하였던 것 같습니다. 모든 걸 다 가질 수는 없으니 연애는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연애를 대신 할 것들은 많았습니다. 여행도 자주 가고 하고 싶은 것들도 많이 하였습니다. 20대때는 모든 것이 즐겁고 재밌었으며 새로웠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30 대가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직도 사랑하는 사람과의 즐거움이 어떤 것인지 잘 알지 못합니다.
이렇다 보니 동생이 말한 세번째와 네번째 사랑인 연인이나 배우자와의 사랑, 자연스럽게 자식을 낳지 않았으니 나와 내 자녀간의 사랑도 결여된 상황이었습니다.
20대 초반부터 사회생활을 하며 돈을 벌었습니다. 당시 친구들은 모두 학생이었고 제 힘들고 어려운 일들에 대해서 공감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멀어졌지만 딱히 외롭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모든 힘들고 즐거운 일들을 혼자 느끼고 해결했습니다. 그래서 무언가를 같이 한다는 것을 많이 경험해 보지 못했습니다.
회사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사회에 있는 불합리함과 정치싸움을 참지 못 하였습니다. 사람들과 일하는 것이 너무 싫어서 프리랜서를 하게 되었습니다. 혼자 일하는 것이 좋았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이렇게 동생이 말한 마지막 다섯 번째 사랑인 직장 동료들과의 소속감에서 오는 사랑 마져도 결여된 상황이었습니다.
그 동생의 말을 듣고 나에 대해 다시 돌아 보았습니다. 정말로 제가 집중하고 마음을 줄 수 있는 대상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온 공허함을 계속해서 다른 것들로 채우려고 하니 채워지지 않았습니다. 잠시 후 동생이 또 다른 이야기를 하나 더 해주었습니다.
“ 오빠는 지금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이 통제 가능한 상황에 있어요 일도 인간관계도 앞으로의 계획도… 모두가 오빠가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이고 현재 오빠는 아무런 책임과 부담과 동기부여가 없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전혀 없어요. 평범한 사람들은 적당한 나이에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고 아기도 낳고 부모님도 돌봐 드리며 계속해서 살아갈 이유를 느끼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나를 채찍질 하기 때문에 이렇게 공허할 여유가 없어요. 상황과 배경이 나를 어느정도 통제 하는 상황에 놓일 필요가 있어요. 적당한 스트레스는 사람을 긴장하게 만들고 성장하게 만들고 적당한 동기부여는 인생에 반복되는 지루할 수 있는 패턴에 활기를 만들어 주는데 오빠는 지금 그러한 스트레스가 너무 없는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현재 이러한 상태에서 계속해서 시간을 보내기 위해 다양한 취미생활을 하고 공부를 해서 나를 발전시키고 그렇게 원하던 세계일주를 떠나겠지만 결국엔 채워지지 않은 이 기본적인 공허함 때문에 행복하지 않고 여행 도중에 길을 잃을 거에요, 그리고 여행에서 돌아와서도 또다시 공허해 질 거에요”
그 동생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머리에 꽂혔습니다. 마치 나 보다 나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동생을 통해 내가 전혀 생각하지 못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방향을 제시해 주었습니다.
그 날의 대화는 나의 진정한 행복을 위해 내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조금은 깨닫게 해주었고 그 것들은 돈으로 할 수 없는 것들 이었습니다.
경제적인 자유는 나에게 부족함 없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해주었지만 내가 정말로 행복하게 살수 있는 것들은 해줄 수는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