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성재 Apr 01. 2020

#5. 난 15억 모아서 45세에 은퇴한다.

무조건 열심히 한다고 돈을 버는 건 아니야

우선 제가 현재 8억 중반의 투자금을 어떻게 모았는지 이야기하기 전에 한 가지 들려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언제 처음으로 돈에 대해 생각하게 됐을까?

전 어렸을 때부터 컴퓨터를 좋아했습니다. 그때는 막연하게 그냥 컴퓨터가 좋았고 나중에 커서 컴퓨터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컴퓨터 관련 일을 하면 돈도 많이 벌고 자유롭게 살고 하고 싶은 일도 마음대로 하면서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생활기록부 장래희망 사항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의 한 대학교, 컴퓨터 공학과에 입학하였습니다. 대학을 합격했을 때 제가 원하는 컴퓨터 공학과에 입학할 수 있어서 매우 기뻤습니다. 입학 후 프로그래머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정말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그렇게 1년의 대학 생활 후 군대에 가야 할 시기가 왔습니다. 그런데 신체검사에서 본태성 고혈압 판정을 받았고 4급 판정을 받았습니다. 원래대로라면 공익근무요원으로 가야 하지만 공익근무요원으로 가는 것보다는 산업기능요원을 가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아 산업기능요원을 가는 것으로 결정하였습니다. 산업기능요원이란 공익근무 대신 나라에서 지정한 회사에 입사하여 2년 반을 근무하는 제도입니다. 보통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는 3D업종의 일들이 많은데 프로그램 개발도 산업기능요원이 가능한 업종의 하나였습니다. 작은 소기업들이 프로그래머를 구하기 힘들어서 산업기능요원이 가능한 분야로 지정된 거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급여는 100만 원 정도가 나오고 업무의 난이도는 회사마다 차이가 있었습니다.

저는 쇼핑몰 솔루션을 개발하는 업체에 입사하게 되었고 그곳이 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회사가 되었습니다. 전 그곳에서 2년 반을 근무하였습니다. 회사의 총직원은 15명 정도였고 저희 팀은 5명이었습니다. 처음 입사했을 때만 해도 큰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남들보다 빠르게, 돈을 벌며 시작할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 기뻤고 많은 기대감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회사 생활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기대감은 산산이 부서졌습니다. 회사는 체계가 너무 없었고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은 제가 생각했던 직업이 아니었습니다. 물론 어떤 직업이든 좋아하는 것을 일로 하게 되면 실제와 많이 다르긴 하지만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20살의 저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었습니다. 부족한 실력, 매일 같이 듣는 잔소리와 구박... 그렇게 힘들게 2년이라는 시간을 버텼습니다. 2년을 버티며 실력도 많이 늘고 프로그래머로 많은 성장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일에 대한 여유도 생겼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지금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데,  이 회사에서 계속 열심히 일하면 10년 후에 난 어떤 모습 일까?'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며 저와 함께 일하는 팀장님, 과장님, 대표님들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내가 여기서 계속 일한다면 내 미래는 저 사람들과 같겠구나'


그때부터 저는 주위 사람들을 관찰하였습니다. 

우선 팀장님을 보았습니다. IMF 이후 회사를 대표님들과 설립하시고 지금은 우리 팀의 팀장으로 일하고 계셨습니다. 이 회사가 설립 될때부터 8년 정도 회사를 다니셨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작은 집에서 외벌이를 하시며 일에 대한 열정은 없고 그만두지 못해 겨우겨우 회사를 다니고 있는 현실이었습니다.

그리고 옆 디자인팀 과장님은 그 당시 나이가 30대 중후 반이셨고 오랫동안 만나온 여자 친구분이 계셨습니다. 어느 날 주위 분들이 결혼은 언제 할 거냐는 질문을 했는데 과장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여자 친구가 내가 돈이 없어서 결혼 못하겠다네…”


그 회사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항상 돈이 없었고, 항상 돈을 걱정하였습니다. 대표님들은 항상 직원들 급여를 걱정했으며 직원들도 항상 미래를 걱정하였습니다. 그리고 전 깨달았습니다.


저 모습이 내 미래야...?

난 저렇게 살기 싫어

22살의 어린 사회초년생에게 그날의 깨달음은 인생을 바꿔 놓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회사 사람들은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데 왜? 항상 돈을 걱정하며 살아야 하는지 고민해 보았습니다. 8년 넘게 한 회사에서 정말 열심히 일하신 분들이었습니다. 일이 바쁠 때는 주말에도 출근하시고 사업을 살려 보시겠다고 정말 열심히 일하셨습니다. 하지만 8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을 때 그분들에게 남은 건 그냥 돈 없는 직장인이라는 타이틀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전 그때 깨달았습니다.


열심히만 일 한다고 돈을 벌 수 있는 게 아니구나. 우리가 열심히 했다고 항상 보상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구나. 열심히 하는 것과 돈을 버는 것은 별개이며, 돈을 벌고 싶으면 돈을 알아야 하는구나.

전 그때 돈의 중요함을 처음으로 깨달았습니다. 만약 내가 대기업에 다니며 돈을 모았다면 적어도 8년 후에 몸은 지쳤을지 모르지만 지쳤을 때 휴식을 할 수 있는 돈에 대한 여유는 있겠구나. 저렇게 고생만 하고 돈도 모으지 못하고, 일 하고 싶지 않아도 일을 해야 하는 이유는 돈이 없기 때문이구나… 열심히 한다고 해서 항상 보상이 따라오는 것은 아니구나…


22살의 어린 사회초년생에게 그날의 깨달음은 많은 것을 바꿔 놓았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