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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loomynatsu Oct 25. 2024

같이 들을까 :
가을에 듣기 좋은 노래 part1

DUSTBOX - JUPITER (ver. Accoustic)

https://youtu.be/BP1IMqERJCU?si=i0D9CSfl9T8F7G7Z


가을이다.

바스락거리는 낙엽을 밟지 않더라도,

자고 일어나면 알 수 있다.

살짝 뻑뻑한듯한 눈꺼풀.

창문 틈새로 가볍게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

가을이 맞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손이 가는 노래들이 있다.

내가 원하든 원치 않든

플레이리스트에 올려놓게 되는.

그중 하나가 바로 이 노래다.

dustbox의 jupiter.

원래 엄청나게 사랑하는 밴드이며

원래 엄청나게 좋아하는 노래지만

가을이 되면, 가을만 되면,

꼭 이 노래의 '어쿠스틱' 버전이 땡긴다.


멜로딕펑크 밴드들은 종종 자기네 노래를

어쿠스틱 버전으로 재편곡하는 경우가 있다.

워낙에 맛이 달라지니까. 

그것도 아주 심하게.

아마 장르적 특성 때문일 것이다.

심장을 두근거리게 할 만큼 높은 bpm,

시끄러울 정도의 악기 연주와 사운드 메이킹.

반면 의외로 서정적이고 섬세한 멜로디.

그 상반된 요소를 버무린 게 멜로딕펑크인지라.

멜로디만 떼어내서 강조하게 되면

아예 다른 노래처럼 느껴지게 되는 것이다.


내가 밴드라도 어쿠스틱 버전에 욕심 낼 것 같다.

'멜로딕'펑크 밴드니까.

얼마나 멜로디에 공을 들였을까.

그 아름다운 멜로디 라인에 듣는 이들이 집중해 줬으면.

다른 불순물 다 걷어내고 이것만 오롯이 들어줬으면. 

... 하는 기분.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렇게 이 노래를 듣다 보면

멜로디를 천천히 씹다 보면

여러 광경들이 스멀스멀 떠오른다.


리듬은 가슴을 울리지만

멜로디는 머리를 울린다.


응암동 어느 옥탑방.

눈썹에 서리가 맺히는 냄새.

술기운에 비틀거리며 천천히 계단을 오를 때,

가쁘게 숨을 몰아쉬면

기분 좋은 서늘함이 코와 뺨을 적시고.

이어폰에서 나오던 노래.

dustbox의 jupiter.


좋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꼭 나빴다고도 할 수 없는.

눈물 날 것 같지만

꼭 울어버려야 될 정도는 아닌.

그 무렵의 나를 만나게 된다.

가을이다.



'Let me cry again.

Let me recall how to c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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