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커 - 향
https://youtu.be/e896HcnYdwI?si=dMf7Hg965CEVEQvb
가을의 오후에는 이상한 힘이 있다.
쏟아지는 햇빛이 약간은 따뜻하지만
공기 자체는 살짝 서늘하고 선선하여 옷깃을 여미게 된다.
살짝 고개를 들어보면 청명한 하늘에 상쾌하지만
다시 고개를 내려보면 쓸쓸한 낙엽이 뒹굴고 있다.
상반된 감각들이 부딪히고 깨지고 다시 부딪혀 합쳐진다.
캐스커의 향은 코코샤넬의 영화 ost였다.
...라고 하던데,
난 전혀 몰랐다.
그 영화를 보지도 않았고,
당연히 이 노래가 ost였다는 것도 몰랐다.
우리는 그냥 순수하게 노래와 청자로 만났다.
'향'에서는 정말 말 그대로 향이 난다.
가을의 냄새가,
그리움과 먹먹한 이별의 향이 난다.
이른 가을,
푹 익은 가을,
사실 그 어떤 가을에도 어울리는 냄새가 난다.
보컬의 음색이 그걸 가능케 한다.
물론 사운드메이킹도 대단하지만,
보컬이 90퍼센트 이상을 차지한다.
소리만으로, 호흡만으로
어떤 감정이 전달된다는 것.
어떠한 감정이 자극된다는 것은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가.
메마른 듯,
연약하고 병약한 듯,
아주 약간의 물기만 머금고 있는 듯한 느낌의 음색.
약간은 따뜻하지만 약간은 서늘한,
약간은 상쾌하지만 약간은 쓸쓸한.
'말할 수 없는 얘기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닿을 수 없는 손길
차마 만질 수가 없었던 너와 나는
어쩜 그리 다른 꿈을 꾸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