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m eyes beam - New moon
https://youtu.be/5mskB-m_h70?si=9l3ssTy9bxDLTNGQ
가을밤엔 달이 유난히 선명하다.
둥근 달도
반쪽 달도
손톱 달도
가끔 홀린 듯 멍하게 달을 바라볼 때가 있다.
위험하다는 건 충분히 안다.
바이크에 앉아 신호대기 중에 바라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저 알고도 당하게 되는 것뿐이다.
수없이 많은 인디밴드들이 솟아났다 사라진다.
흐드러지는 벚꽃처럼,
아주 잠깐 예쁘게 피어나지만 결국엔 져버린다.
수 백 수 천의 기대주,
수 천 수 만의 활동 중지가 공존한다.
한국의 락이란,
한국의 인디밴드 문화란 그러하다.
빔아이즈빔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노래는 참 좋았는데 왜 성공하지 못했을까.
멜로디도 좋고,
듣기 편하고,
무엇보다 가사가 정말 좋았는데.
하지만 수 없이 많은 인디밴드들처럼,
아마 수 없이 많은 이유가 있었겠지.
우주를 다룬 곡들은 대부분 매력적이다.
광활하다는 말에는 다 담기지 않는 공간.
그 공간을 연약하게 표류하는 존재.
우리가 때때로 지독한 공허함과 외로움에 몸부림치는 건
태생적으로 어쩔 수 없는 게 아닐까.
내가 달을 멍하니 바라보게 되는 것 또한.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도
맹렬하게 시선을 빼앗기는 이유 또한.
그런 이유가 아닐까.
언제나 같은 자리에
또 하나의 표류물이 있다는 것.
그게 아주 작은 위안의 한 조각이라도 되는 게 아닐까.
그렇게 한참 동안 노래를 들으며
둥근 달을 바라보고 있다 보니
조금 추운 바람이 목을 휘감는다.
가을이다.
옷깃을 여며야겠다.
다시 추운 겨울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겠다.
'언젠가 우주의 벽에 부딪혀
긴 시간 미로 속을 헤메도
언젠가 우리를 닮은 별들은
밤하늘 가득 반짝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