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loomynatsu Oct 28. 2024

택배 시켰는데
한달 반 만에 받아본 썰 푼다

나는 가끔 닭가슴살을 먹는다.

헬창이기 때문이 아니고

식단 때문이 아니다.

그냥 고기가 좋기 때문이다.

촉촉한 다리살도

부드러운 엉치살도

다 좋지만

가슴살이 제일 저렴하고 해먹기 편하다.

그래서 이따금씩 닭가슴살을 대량으로 시키곤 한다.


주문하는 곳은 늘 정해져 있었다.

'어? 여기 좀 괜찮네?' 싶으면 잘 바꾸지 않는다.

그건 남자들의 특성이기도 하고,

게으른 사람의 특성이기도 하다.

나는 게으른 남자다.


육식토끼라는 브랜드였다.

소스맛도 다양하게 업데이트 되고 있었고,

맛도 나쁘지 않았고,

무엇보다 가슴살중 가장 저렴했다.


그런데 이번 추석 연휴 때 무심코 넣은 주문 하나가,

이렇게 큰 사건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80개의 닭가슴살을 2그룹으로 나눠 주문을 넣었고,

한개는 보름만에 받았고

한개는 한달 반 만에 받았다.

꽉 찬 분노가 터져나와,

'총 8000자'의 리뷰를 남기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다행이었다.

두번 나눠서 주문을 넣은게.

리뷰의 글자수 제한이 5000자까지였는데,

한 번에 시켰으면 하고 싶은 말을 다 못할 뻔 했다.


자세한 내용은 올려놓은 리뷰로 갈음한다.




[드디어 이 순간이 오는군요.

리뷰를 작성할 수 있게 되는 날.

기다렸습니다. 한 달 반을.

기뻐해야할지 슬퍼해야할지 모르겠군요.


일단 본격적인 리뷰 작성에 앞서 말씀드리고 싶은 것.


하나. 

내용이 정말 심하게 길다는 것입니다.

매우 깁니다. 매우.

그러니 시간 정말 많이 남을때나 읽어주세요.


둘.

저는 괜히 시비거는 블랙컨슈머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제가 드린 별 하나가 어떤 의미를 담고있는지 

얼마나 신뢰할만한 별점인지,

먼저 말씀드릴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40년을 살아오면서

단 한번도 별 하나짜리를 줘본적이 없습니다.

sk텔레콤, lg인터넷,

삼성 서비스센터, 혼다코리아,

요기요, 배민, 쿠팡이츠,

네이버쇼핑, 11번가, g마켓,

곰플레이어, 벅스뮤직, 쿠키런,

쏘카, 여기어때, 롯데월드,

국가건강검진, kb다이렉트 자동차보험, 헌혈의 집,

하다못해 정부24 설문조사에 이르기까지.

그 어떤 별점도 5개를 주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못 믿으시겠다면 

일단 제 네이버 아이디를 눌러서 확인해보세요.

그동안 썼던 리뷰를 볼 수 있을겁니다.


그럼 살아오면서 그 모든 것들이 만족스러웠던거냐?

라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답하겠습니다.

배달음식에서 머리카락이 나왔던 적도 있구요. 그것도 3개나.

헌혈하러 갔는데 팔에 빵꾸를 5군데 내놓은 적도 있구요,

같은 상품을 두 번이나 잘못 보내서 

총 세번 택배 받아본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늘 별점을 5개 줬습니다.

뭐 별거 아닌데 그걸로 별점 깎이면 쓰나. 

다 같이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사람이 실수할 수도 있지.

라는 무던함이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네. 저는 그런 스타일이고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대충 감이 오시나요?

육식토끼는 그런 저에게 

40년만에 처음으로 별 하나짜리를 받아낸겁니다.

그 어떤 기업도, 정부도, 사람도,

해내지 못한 일입니다.

저는 죽을때까지 육식토끼를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정말 대단해요. 

대단하다는 말 밖에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이제 왜 제가 이렇게 분노하고 악만 남게 되었는지,

타임라인을 따라가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기나긴 여정이라서, 

그게 편할 것 같네요.



9/11(수)

뜬금없이 고기 먹고싶다...

라고 생각했던 저는,

평소에 종종 주문하던 육식토끼에서

닭가슴살을 주문하게 됩니다.

a그룹 (떡볶이맛 20+짜장맛 20),

b그룹 (버터커리 20+소이갈릭 20)으로 나눠서요.

추석이 껴있어서 조금 불안했습니다만...

11일, 12일에 둘 다 출고마감으로 동그라미 표시가 되어있길래

'12일 전까지만 입금하면 되는건가보군~?'

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주문했습니다.



9/13(금)

왜 출발했다는 문자가 안오지...? 싶어서 

다시 들어가봤습니다.

추석 배송 휴무 안내를 조금 더 자세히 봤더니,

11일은 '오후 1시 주문건'까지 출고 마감하는 거였고

12일은 '도착보장 상품'의 출고 마감이었더군요.

이건 제 실수가 맞습니다.

제대로 읽어보질 않았습니다. 인정합니다.

그래서 아이고...바보같았네 이거 ㅋㅋㅋㅋㅋ 

라고 웃으면서 그냥 둘 다 취소요청을 눌렀습니다.

로켓배송으로라도 시킬까 싶어서요.

하지만 그 취소요청은,

판매자가 확인 후 처리할 수 있다고 뜨더군요.

올해는 추석연휴가 좀 길었죠?

1주일 정도 그냥 묶여있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러려니 했습니다. 제 실수였으니까요.


'연휴 끝나면 뭐 보고 취소해주겠지.

그럼 그 때 다른데서 시키던가 하자.'



9/19(목)

묘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취소불가.

취소요청하신 상품이 이미 발송되어 반품 및 교환만 가능합니다.'


라고 메세지가 온 것입니다.

그래서 호다닥 네이버 쇼핑에 들어가봤더니,

정말 배송준비중으로 떠 있더라구요.


.................a그룹만요.

b그룹은 제가 취소요청 해놓은 그대로.

처리를 안 하셨더라구요.


조금 혼란스러웠습니다.


'아니 뭐지?

a그룹은 그냥 바로 출근하자마자 

스티로폼 박스에 담아버려서

배송준비중으로 넘긴건가?

아니 그러면 b그룹은?

얘는 왜 그냥 냅둔거지...? 뭐지...?

취소처리를 하려면 하고 말려면 말지,

왜 한쪽 그룹만 배송준비를...? 뭐지...?'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저는 그냥 b그룹의 '취소철회'를 눌렀습니다.

어차피 뭐 지금 a그룹 배송 준비 들어갔고 보낸다는데.

b그룹도 철회 눌러놓으면 알아서 보고 챙겨서 뒤늦게라도 보내주겠지.

라고 생각했습니다.


'a그룹 주문건은 1-2일 내에 출고 예정입니다.'


추가로 온 그 메세지를 읽고,

저는 그냥 네이버 창을 껐습니다.



9/24(화)

그리고 드디어 a그룹을 배송 받을 수 있었습니다.

...5일 만에요.


솔직히 좀 화가나긴 했습니다.

주말이 꼈다는건 알겠는데,

목요일에 출고한다면서...

금요일에도 토요일에도 월요일에도 안오고 화요일에...

음...


그래도 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받은 게 어딥니까.

이정도는 뭐. soso. 괜찮아.

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정말 생각보다 더 무던한 사람입니다.



9/27(금)

그럼 b그룹은 어떻게 된거지...? 하고 들어가봤는데,

취소철회가 드디어 된 것 같았습니다.

이제야 배송준비중으로 뜨더군요.


기다리다보면 오겠구만~

그동안 이거 40팩 욜심히 먹어서 냉동실 공간 확보해놔야지~


...저는 그렇게 여유를 부리고 있었습니다.



9/30(월)

배송 준비중으로 떠있었습니다.

택배사로 전달할 예정이라고.

10/1(화)

배송 준비중으로 떠있었습니다.

10/2(수)

배송 준비중으로

10/3(목)

배송 준비중

10/4(금)

배송 준비

10/5(토)

배송 .....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육식토끼 공장에 불이라도 났나? 싶었습니다.

그게 아니면 혹시...

나한테만 특별한 닭가슴살을 보내주시려고,

지금 분리사육하고 있나?

아직 덜 자라서 닭을 못 잡은건가? 

두근두근두근두근


리뷰란에 들어가봤습니다.

공장에 불이 난 건 아닌 것 같았습니다.

심지어 배송이 빠르답니다.

다들 행복해보였습니다.

닭가슴살 하나씩 손에 들고

덩실덩실 춤을 추는 것 같은 광경이었습니다.

아름다운 세상이었습니다. 

...저만 빼구요.



10/15(화)

반 쯤 포기하고

달관하고

언젠가 그 닭들이 다 자라면 내게 오겠지

지금은 때가 아닌가보다

그렇게 현생을 열심히 살고 있을 무렵,

네이버에서 하나의 알람을 띄우더군요.


'구매확정연장'-상품수령 확인필요.

그리고 밑에 '구매확정' 버튼이 떠 있더군요.


'배송 준비중'이,

지 멋대로 그렇게 상태변경 되었습니다.


그 순간 머리 끝까지 화가 차오르면서

눈 앞이 노래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아직 구경도 못했는데

무슨 뭐 구매확정 뭐? 야발??????"


처음으로 욕이 나오더군요.

육성으로 터져나왔습니다.

리뷰에 쓸 수 없는 쌍욕들이 방언처럼 터지더라구요.

그동안 정말 점잖게 참고 기다리고 있다가,

그 때 순간적으로 터졌습니다.


네이버 자체적인 시스템이 그럴 수도 있지요.

뭐 한 달 넘게 배송완료가 안되면

일단 구매확정으로 넘기자...

그런 시스템이 있는지 없는지 모릅니다. 저는.

이번이 처음이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화가 안 나는건 아니겠죠?

한 달이 넘었다는 얘기 아닙니까.


자체적으로 배송완료 처리를 하셨다면

-이 쪽이 더 가능성 있다 생각하고 있는 중입니다.-

진짜 사람 개 호구로 봤다는 얘기밖에 안되더라구요.

제가 빡친 포인트가 그거였어요.

그냥 얌전히 조용히 기다렸더니 진짜 이게 대답인가? 싶어서요.


이건 도저히 못참겠다 싶어서 톡톡 메세지를 보냈습니다.

한달째 기다리게 해놓고 

멋대로 구매확정으로 넘기는건 무슨 경우냐고.

그랬더니 답장이 옵니다.

확인해보니 a,b그룹 중에서 b그룹 누락된거 확인 되신다고.

오늘 출고 될 수 있게 물류팀에 전달하겠다고.


그래.

그럼 보내주시겄지. 알아서.

...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정말로요.



- 길어서 2부로 나누겠습니다. -



- 1부에서 이어집니다. -



10/22(화)

날짜를 잘못본 거 아니십니다.

이 날짜가 맞아요.

1주일동안 배송이 안왔습니다.

아예 연락도 없고 그냥 배송이 안왔다구요.

아예.


생각이 깊어졌습니다.


'...닭의 문제가 아닌가...?

카레...카레의 문제인가...?

인도에서 직접 들여오고 있는건가...?

설마 외교문제...?

무역전쟁...?'


중간중간 다른 사람들 리뷰도 다시 살펴봤습니다.

역시나 잘 도착하나보더군요. 

배송이 빠르답니다.


이거 혹시 트루먼쇼인가? 

혹시 어느 유튜버의 두 달짜리 기획 몰카인가?

혹시 학교 다닐 때 나한테 원한을 가진 친구가 책임자로 있나?

혹시 태환이니?


분명 저번 주 화요일에 출고요청 한다 했었는데.

혹시 상담팀이랑 출고팀이랑 사이가 안 좋은가?

그래서 대화를 안 하고 있는 상태인가?

둘 중 누구 하나가 삐졌나?

혹시 태환이니?


참다참다 못해 

결국 톡톡 메세지를 다시 보냈습니다.


진짜 심하다고 이건.

이러다가 정말 두달 채워서 받겠다고.

조용조용히 메세지 보낸다고 안 빡치는게 아니라고 지금.


그리고 또 네이버 창을 껐습니다.



10/23(수)

자고 일어났더니,

톡톡 메세지가 와있었습니다.


'너무 죄송합니다

취소철회 상태로 확인되나

주문 수집당시 취소접수 되어 

송장 폐기된 것으로 확인되며

금일 재출고 진행 될 수 있도록 요청하겠습니다'


그리고 송장번호를 보내더군요.

오늘에야말로 정말 배송을 보냈구나 싶었습니다.


근데 메세지를 보면서 

전혀 납득도 이해도 되질 않더군요.

뭔 소린지도 모르겠고,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겠고,

아무튼 실수는 육식토끼쪽에서 했다는 얘기 아닌가요?


그리고 무엇보다,

취소철회 상태로 확인된다->그럼 정상 주문으로 인지한다는 거잖아요.

주문 수집 당시->맞잖아요. 정상 주문으로 인지했다는거.


취소접수 되어 송장 폐기->

이 부분이 살짝 이해가 안되던 부분인데요.

왜 갑자기 취소접수가 된건데요.

그냥 취소접수가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거에요?

취소접수 버튼을 고양이가 누른건가요?

트럼프가 갑자기 찾아와서 취소접수하라고 시키던가요?

그냥 실수하신 거잖아요. 누락하신 거잖아요. 착오가 있던 거잖아요.

그걸 왜 그렇게 담담하게 말하세요?

'그렇게 됐다...니가 이해해라 마...' 라는 식으로 말하세요 왜?


그래요. 뭐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혼동되어서 혹은 실수해서.

취소접수 및 송장 폐기가 됐다고 칩시다.

근데 그건 완전 처음에 한 달 꼬박 딜레이 된 부분이잖아요.

그것 때문에 한 달 기다린거잖아요 제가.

근데 15일에 재출고 요청 하신다고 했잖아요 분명히.

그 이후로도 1주일이 늦은건 어떻게 설명하실건데요.

그리고 제가 메세지 안 보냈으면 또 한 달 걸렸을거잖아요.


이건 정말 각잡고 엿먹이는 거 아닌가요?

너무 정성스럽게 엿먹이는 거 아니냐구요.

진짜 개인적인 원한이 있지 않은 이상 어떻게 이럽니까.

혹시 진짜 태환이니?

태환이 맞지?

아니면 규상이야?


진짜 분노를 참기 어려웠습니다.

이런 경우는 정말 처음이라.



10/24(목)

출고 요청을 하겠다. 

이번엔 진짜다. 

라고 하시더니,

하루만에 배송이 왔습니다.


그제서야 저도 리뷰란의 여러분들처럼,

'배송이 빠르네요' 를 외칠 수 있게 되더군요.

하루만에 오다니.

이렇게 하루만에 받을 수 있는 것을.

정말 눈물이 날 것 같았습니다.


9/11에서 10/24까지.

꼭 44일만의 배송완료였습니다.

긴 여정이었네요.


여러분이라면 몇번째 포인트까지 참으실 수 있었겠습니까?

제가 예민했던 건가요?

만약 예민한 거라면,

제가 어디까지 이해하고 어디까지 양보하고

어디까지 허허 웃어야 되었던걸까요?


배송은 다 받아서 이제 마무리 된 일인건데.

뭔가 하고싶은 얘기들은 넘쳐나더군요.

저 긴 여정동안,

저는 정말 리뷰 쓸 날만 기다려왔습니다.

리뷰를 쓰기 위해서는,

배송을 받아야 하고,

구매확정을 눌러야 하기 때문이죠.


이제 이해가 되시나요?

제가 왜 첫줄에

'드디어 이 순간이 오는군요.'

라고 했는지?


제가 너무 의아한 포인트가...

보통 이런 클레임건이 반복해서 들어오면

직접 연락을 해서 설명이든 사과든 하지 않나요?

적어도 제가 일해온 서비스직 판매직에서는 그랬거든요.

제가 이상한건가요?

제가 이상한 환경에서만 일을 해온건가요?


도대체 왜 먼저 전화는 안했음? 

이라는 궁금증이 생길수도 있지요.

현생 사는게 바쁘기도 했지만,

이거 전화하면 진짜 백오십퍼 

쌍욕박고 고소당할 삘이었습니다.

그리고 전화상담만 따로 하는 직원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사람 잘못도 아닌데 괜히 욕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욕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잖습니까.

그래서 참은 겁니다. 

화가 나지 않아서 전화를 안한게 아니라,

하면 백오십퍼 심한 욕을 하게 될 것 같아서.


당일배송을 넘어 새벽배송을 하는 나라에서,

제가 '익월' 배송의 주인공이 될 줄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빡침에 빡침에 빡침이 덧붙여져

소보원이니 공정위니 하는 곳에 연락 해볼까

하는 생각마저 했었습니다.

근데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고,

무던하게 40년을 살다보니

진상부리는 방법을 모르겠더군요.

항의하고 클레임걸고 그러는 것도

안하다보니 방법을 모르겠더라구요.

그냥 그럴 정도의 심정이었다는 얘기입니다.


저는 나름 육식토끼 초창기부터 먹어왔었습니다.

훈제-마늘-오리지널 세개만 있던 시절요.

큐브형도 소세지형도 다 먹어봤고

안 먹어본 맛이 아예 없을 지경입니다.

이번에도 새로운 맛이 나왔다길래 시켜본거에요.

...그런데...


미스터 초밥왕을 보면 그런 장면이 나옵니다.

파는 사람 입장에서는 수 백명 중 한 사람이지만,

먹는 사람 입장에서는 단 하나뿐인 초밥이라고.

저도 똑같아요.

주문량 몇 백, 몇 천만 중 한 명일 뿐이지만,

저에게는 2-3주일치 식사란 말입니다.

그 즐거운 식사가 이렇게 됐어요. 지금. 

이렇게 불괘한 기억으로 남았단 말입니다.

육식토끼 하나씩 까서 먹을때마다 기억날것 아닙니까.


사실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어떻게 화를 내든,

이제는 규모 크고 잘 나가는 육식토끼에게

딱히 큰 영향은 없을 거라는걸요.

제가 뭐 잘 나가는 인플루언서나 유튜버 같은거였으면 달랐겠죠.

김계란이었다면?

커맨더지코였다면?

우엉징이었다면?

하빕이었다면?

그럼 아마 도게자하러 저희 집까지 찾아오셨겠죠.

하지만 저는 그냥 촌구석 힘없는 노파일 뿐인걸요.

뭐 이딴 리뷰 길게 쓴다고 

크게 지장도 여파도 데미지도 없겠죠.

어차피 매크로 답변 달릴거고.


...저는 그저 제가 할 수 있는 한도내에서,

모든 분노를 표현할 것입니다.

"닭가슴살 추천? 육식토끼 먹어. 육식토끼 좋아."

라고 다니던 전도 활동을 모두 끊을 것이며,

더 나아가 주변에서 육식토끼를 먹으면 

적극적으로 말릴 것이며,

조롱할 것이며,

비웃을 것이며,

설득할 것이며,

더 나아가 제 주변의 육식토끼 섭취 헬창들을 

다 줘 패버릴 것입니다. 


리뷰는 리뷰니까,

맛에 대한 평가는 해야겠지요?

저는 그동안 마늘, 훈제, 청양고추, 크림어니언, 숯불바베큐, 불닭,

전부 다 맛있게 먹었었습니다.

이번 제품도 그랬습니다.

사천짜장이랑 떡볶이도 아주 맛있고,

소이갈릭 버터커리도 다 맛있었습니다.

...맛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어요.

전-혀.


그동안의 여정을 다 스샷해놨습니다.

첨부하고 싶은데 직접 찍은 사진만 된다네요.

그냥 사진없이 글만 씁니다.


하...

길고 긴 리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아주 길고 긴 리뷰를 쏟아냈다.

모든 사람들이 그러하듯,

뱉어내고 쏟아내고 나면 감정은 조금 갈무리되는 법이다.

약간은 후련한 기분을 느끼고,

일상으로의 복귀를 하려는데...


답글이 달렸더라.



[안녕하세요 고객님.

우선 이용에 불편을 드려 사과의 말씀 드립니다.

추석 연휴에는 업무가 중단되다보니

연휴 이후 주문 건이 다량으로 몰리면서 발생한 상황으로 보입니다.

저희 쪽에서 좀 더 세심히 볼 수 있던 부분인데

주문 폭주로 그러지 못하면서 고객님께 불편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스마트스토어는 주문번화와 상품주문번호가 있는데

저희 쪽에서 이용하는 시스템에는 

주문번호 기준으로 주문이 확인되다보니

말씀주신 a그룹 상품이 배송완료 처리되면서

b그룹 주문 건 또한 배송완료 처리된 것 같습니다.

오랫동안 기다리게 해드리고 원활한 응대를 해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내부적으로도 좀 더 체계화하여 고객님들께 

더욱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육식토끼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고객님,

남겨주신 다른 리뷰에 답변 드렸습니다.

이용에 불편을 드려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남자이며,

덤덤한 사람이며,

게으른 사람이다.

어지간 한 분노와 빡침은

'사과'로 반 이상이 날아가버리는 단순한 사람이다.

뭔가 미안할 때, 잘못했다 싶을 때- 사과한다.

라는 가장 기본적인 것만 만족되면,

정말 대부분의 분노가 증발해버린다는 얘기다.


이번에도 그랬다.

한 달 반동안 숙성시키고 발효시키던 나의 분노는

푸슈욱 소리를 내며 증발해버렸다.

'나름 정성스러운 사과로군...'

'리뷰를 다 읽었구나 이 양반들...'

그 두가지 생각이 겹쳐졌을 때 말이다.

...심지어 사과문을 굉장히 잘 썼다는 느낌마저 들더라...


나름 색다른 경험이었다.

두 번 하는건 좀 싫긴 하지만.


아마 나는 앞으로도 계속 여기에서 주문하게 되지 싶다.

남자이며,

덤덤한 사람이며,

게으른 사람이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