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따금씩 내가 아주 말도 못 할 정도로 불행했으면 할 때가 있다.
애매한 불행, 애매한 고통, 애매한 삶.
달리 말하면 보통의 불행, 보통의 고통, 보통의 삶이라 일컫을 수 있는 이 어떤 선 위에서
고통스러워하는 스스로가 지극히 한심하고 안타깝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답이나 돌파구 같은 것조차 없는 끝의 끝을 달리는,
꿈도 희망도 없는 그런 삶이라면 모든 것이 이해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어둠의 나락으로 빠졌으면 하고 소원하곤 했다.
견딜 수 있는 고통이며, 겪어내야 마땅한 아픔이 말도 못하게 달궈진 창살이 되어 쿡쿡 찌를 때마다
버거워하는 스스로가 애달프고 애달파서 입을 닫는다.
닫은 입안에서 푸념과 슬픔이 배가 되어 불어날 때마다 입안이 터져버릴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것에 칭찬을 해주고 싶다.
자기 연민을 하지 않기로 했더니 자기학대를 하고 있다는 것이 이내 안타깝긴 하지만, 그래도 그 선 끝에서 서있을 수 있다. 툭 건들면 추락해버릴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선 끝에 있기에 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이 있다.
겁내지 않고 할 수 있는 것들.
나는 나의 애매한 슬픔들이 나를 죽이지 않는 거라 생각하며 감사할 것이다.
감사할 수 있다.
그 작은 마음의 틈이 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