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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루미악토버 Sep 17. 2018

나 , 사람.






멍 때리는 시간이 길다.

그 시간 동안 몰래 머릿속에서 사람 한 명 한 명 더듬으며 생각했다.


' 그래 , 당신은 참 멋진 사람. 나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걸 해냈고 , 하고 있군요.

하지만 당신 못지않게 , 나도 멋진 사람이 되어갈 거예요. 내 나름의 모습으로. '


비교하지 않기로 결심한 이후로 , 비교할 것 같은 순간들을 빠르게 인지하고 즉각 생각을 고쳐먹으려 한다.

 꽤나 잘 지켜나가고 있다.



 내 생각에서 비롯된 판단일지라도

몇 번의 다운된 시기를 지날 때마다 많은 걸 알게 된다.



버티며 참았던 관계의 끝은

관계를 이어가는 동안 충분히 아팠기 때문에

생각보다 상처가 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믿음에 대한 대가는 믿은 자가 치러야 한다는 것을 알았고,
기대하지 않으면 상처가 덜하다는 걸 알았다.


내가 나를 보호하려고 얼마나 안간힘을 써왔는지 , 그렇게 다시 한번 깨달았다.


 삭히는 마음들이 모여 무더기로 몰아칠 때마다 , 못난 스스로를 잠깐 내비치고 나면 오는 후회들에 잠길 때마다 , 불안하지 않으면 참을 수 없는 날 볼 때마다 온전한 사람이 되고자 얼마나 발버둥을 쳤는지 알았다.



오랜 시간 지속되고 있는 이 고통은 당분간 끝날 것 같지 않지만 ,

그로 인해 피어난 다른 마음들은

그동안을 통해 조금씩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  


 알고 있다.

 나는' 사람'이다.

 

온전하고 싶어 하는 ' 사람 , 그 자체'이며

불안한 게 당연한  '사람'이다.

웃을 수만은 없는 게 삶인 것도 당연하고.



알고 있으면서도 , 믿기 어려운 이 당연한 몇몇 사실을 진심으로 이해하기까지는

더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

진심은 가벼운 것이 아니기에.


 결핍들에 둘러싸여 작아지는 스스로를 드러내고 일으켜 세우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단 걸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상기시켰다.

더 많이 겪고 , 써야겠다.

남은 한 해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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