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 때리는 시간이 길다.
그 시간 동안 몰래 머릿속에서 사람 한 명 한 명 더듬으며 생각했다.
' 그래 , 당신은 참 멋진 사람. 나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걸 해냈고 , 하고 있군요.
하지만 당신 못지않게 , 나도 멋진 사람이 되어갈 거예요. 내 나름의 모습으로. '
비교하지 않기로 결심한 이후로 , 비교할 것 같은 순간들을 빠르게 인지하고 즉각 생각을 고쳐먹으려 한다.
꽤나 잘 지켜나가고 있다.
내 생각에서 비롯된 판단일지라도
몇 번의 다운된 시기를 지날 때마다 많은 걸 알게 된다.
버티며 참았던 관계의 끝은
관계를 이어가는 동안 충분히 아팠기 때문에
생각보다 상처가 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믿음에 대한 대가는 믿은 자가 치러야 한다는 것을 알았고,
기대하지 않으면 상처가 덜하다는 걸 알았다.
내가 나를 보호하려고 얼마나 안간힘을 써왔는지 , 그렇게 다시 한번 깨달았다.
삭히는 마음들이 모여 무더기로 몰아칠 때마다 , 못난 스스로를 잠깐 내비치고 나면 오는 후회들에 잠길 때마다 , 불안하지 않으면 참을 수 없는 날 볼 때마다 온전한 사람이 되고자 얼마나 발버둥을 쳤는지 알았다.
오랜 시간 지속되고 있는 이 고통은 당분간 끝날 것 같지 않지만 ,
그로 인해 피어난 다른 마음들은
그동안을 통해 조금씩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
알고 있다.
나는' 사람'이다.
온전하고 싶어 하는 ' 사람 , 그 자체'이며
불안한 게 당연한 '사람'이다.
웃을 수만은 없는 게 삶인 것도 당연하고.
알고 있으면서도 , 믿기 어려운 이 당연한 몇몇 사실을 진심으로 이해하기까지는
더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
진심은 가벼운 것이 아니기에.
결핍들에 둘러싸여 작아지는 스스로를 드러내고 일으켜 세우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단 걸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상기시켰다.
더 많이 겪고 , 써야겠다.
남은 한 해의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