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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루미악토버 May 17. 2020

어느 봄날의 기록 200517

200517




1. 클라우드를 비웠다.

데이터 정리는 원래 틈틈이 하는 편이었는데, 아프다는 핑계로 한동안 소홀했다.


클라우드에 올려져 있는 마지막 사진은 2018년.

어제, 오늘 이틀간에 걸쳐 2016년부터 2018년까지의 흔적을 지웠다.


훗날에도 다시 보고 싶을 것 같은 사진들만 일부 남겨놓고 정리하는 작업을 계속했는데, 28.6GB였던 사진 중 내가 두고두고 보고 싶은 사진들은 417.1MB에 불과했다.


지나간 사람들의 흔적들을 많이도 지웠다.


맥시멀 라이프를 멈추고 비워가는 일을 반복하면서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기존에도 나는 사람 일은 모르기 때문에 당장 죽어도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겠노라고 말하며 행하는 삶을 살았다.

그리고 그러한 삶의 태도는 많은 성취감을 안겨주었다.

요즘은 그러한 삶의 태도에 비우면서 새롭게 얻게 된 무언가를 하나 더 얹었다.

'나와 관련된 모든 것들이 내 유품으로 남을 것이니 언제나 그걸 염두에 두고 주기적으로 정리하자라는 것'.


데이터로도 많을 것이고, 물건들로도 많을 것이다.

내가 갖고 있지 않지만 타인이 소유하고 있는 것도 있을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많이 정리해두고 싶다.


근간에 내 생이 힘들어 죽음을 생각할 때가 많았다면, 요즘은 죽음을 생각하면서 남겨진 사람들의 그 후를 생각한다.


2. 무미건조한 사람으로 돌아왔다.

매일을 울며 지새던 날들보다 한없이 건조한 지금이 담백해서 좋다.

너무 미웠던 사람들도, 너무 싫었던 사람들도, 너무 좋았던 사람들도 이제는 싫지도 밉지도 좋지도 않은 그런 기간.



3. 완연한 봄이다. 꽃들이 참 많이도 피고 졌다.

많은 것들을 정리해나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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