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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루미악토버 Nov 01. 2020

어느 날의 기록 201031

201031


1. 선우정아-도망가자 , 새소년 - 난춘 , 심규선 - 너의 존재 위에 .
틀고 한참을 울다가 털어낸다. 근래엔 그랬다.
음악은 위대하고 , 예술은 찬란하다. 매번 덕분에 견딜 수 있으니까, 사랑하지 않을 수 없지. 더 많이 보고 듣고 담고 뱉고 싶어.

2. 그렇다하면 요 몇 일은 알고리즘에 따라 알게 된 웹툰을 보며 울었다.
영화에 나오는 배우 3명의 모습이 '아홉수 우리들' 이라는 제목을 가진 웹툰의 인물들과 닮은 것 같다는 댓글을 보고 그 웹툰을 보기 시작했다.
가슴이 저릿하고 위액이 올라왔다.

 결국 모두 자기 자신에게 화살을 돌리고 스스로를 생채기내는 모습이 너무 나 같아서,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많기에 다들 아파하면서 살아가는 것 같아서 쓰렸다.
 
내가 내가 아니었다면.
내가 조금 더 괜찮은 사람이었다면.

그런 생각.

한 번 시작하고 나면 돌이킬 수 없는 만큼 내리꽂아버린다.
그래도 웃을 수 있는 날이 반드시 온다. 늘 그랬던 것처럼.

3. 울기만 했나하면 그건 아니다.
동생과 종종 밖을 나가본다. 햇빛도 맞아보고 사람 속에 파묻히기도 하고. 근래에 과호흡이 몇 번 있었다. 과호흡이나 환청, 환각. 십년넘게 그동안 몇 번이고 겪어봤던 것이라 대수롭지않았는데 , 이번엔 이겨내고 싶어졌다.
 
'잠깐이라도 괜찮으니 다른 이들이 살아가는 삶 속에 잠시 들어가서 살아보자 . 아무 걱정없는 사람처럼 웃으면서 일주일에 한번씩 녹아들었다가, 다시 나오자.
그리고 나중엔 진짜 그 곳들에 '나'로 머무르자.'

4. 생일에 두 장 가득 편지를 써준 친구의 글을 읽다 조금 울었다. 걱정끼치고 싶지않아라는 생각이 오히려 걱정하게 만든 것 같아서 미안했다. 아냐 ,미안하다는 생각은 적당히 해야지 .
아주 많이 고마웠다.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받으면 부채감을 많이 느끼는 나는, 모든 사람에게 적당한 거리를 둔다. 주는 건 아깝지않지만 받는 건 무섭고 나는 아직 위태로우니까, 아슬아슬한 상태인 내가 저지르는 어떤 일들이 큰 상처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5. 내가 힘들었던 모든 사건들과 사람들에게서 받은 상처가
사실은 내가 잘못 생각해서 생겨난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을 자주 했다.
고장나지 않았더라면  , 그렇게 생각하지않을 수 있었을 거라고. 나는 당신을 내 잣대로 판단하고 오해하고 거리를 둔 것이라고 생각했다.

 매일 매일 스스로를 긁고 긁었다.
그 행동이 잘못된 거란걸 알면서도.



6. 앞서 말했듯 근간에는 다시 일어서려고 노력하고 있다.
-

'너무 급하지않게, 천천히 바꿔가자.
많이 웃지않아도 괜찮고 , 공감하지못해도 괜찮고 , 갑자기 울어도 괜찮으니까 존재의 이유를 의심하지는 말자고 .
생명의 전화에 메일을 보내는 5년동안 받았던 답장들에서 받은 메세지들을 보면 왜 위로받고 마는지 그 이유를 마음에 새기자.
 주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그들을 좀 더 아끼자.
어깨가 너무 무거우면 , 힘들다고 가까운 이들에게 좀 더 솔직해지자.'
자주 되뇌이며 하나씩 도전하고 있다.
나조차 지쳐버린 오랜 어둠 안에 있는 나를 지켜보고 기다려주고 있는 이들이 있음에 감사한다.

다시 웃고 싶어졌다,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해도.


7. 아주 예전에 언니랑 대화하다 우스갯소리로 그런 말을 했었는데 말야.

' 언니 , 나 자주 우울하고 죽고싶어하는 거 아마도 예술가의 운명이라고 생각할까봐요 '

 대단한 걸 할 순 없더라도 
  더 많이 보고 듣고싶다.




-


어제처럼 좋은 일이 생기면 의심하지않고 기뻐해야지.
불안해하지않고 행복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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