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903
아빠의 장례를 치르고 화장터에 가서 화장을 시작하면서부터
나는 엉엉 울었다.
정말 펑펑 울었다.
우릴 그렇게 힘들게 하던 사람이 결국 병에 걸려 한 순간에 떠난 게 믿을 수 없어서.
내겐 너무 무서웠던 그 커다란 몸이 한 줌의 재가 되어가는 과정이 너무 거짓말 같아서.
동생에게 전한 '아버지 키가 크시고 골격이 좋으셔서 화장시간이 오래 걸리네요'라던
그들의 말에서 삐죽삐죽 커다랗게 큰 우리의 육체가 어디서 온 것인지 알 수 있어서 펑펑 울었다.
따뜻한 가정,
집에 가는 게 행복하다는 친구들.
그런 걸 모두 겪어보지 못하고
불안과 두려움 속에서만 살았던
동생과 나는 결국 둘만 남게 되었다.
이젠 원망할 곳도 없구나,
모든 설움을 가슴에 묻고 꾸역꾸역 살아가야겠구나.
그렇게 생각했다.
시간이 빨라 벌써 1년이 더 지났다.
얼마 전에는 그의 첫제사도 작게 치렀다.
몇 년 전 엄마가 세상을 떠났을 때는 당장 죽을 것 같더니
경험치가 쌓여서 그런지 꽤나 무던하다.
정신 차리고 달력을 보니 와, 9월이더라.
만년 캘린더를 꺼내 23년에 맞게 달력에 숫자들을 채워 넣었다.
그리고 덤덤하게 2개의 기일과 2개의 생일을 기록했다.
무던한 매일 매일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