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흔적 , 그 흠집 : 의지한다는 것

28. 의지한다는 것

by 글루미악토버


의지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언제나 의지를 하는 쪽이 아니라 누군가가 의지하는 사람이었다. 차라리 그게 편했다.

나에게 쏟아지는 상대방의 감정들 속에서 계속 잠겨있다 보니 사람인지라 스스로도 너무 버거워서 지쳐 떨어져나간 적이 여러 번이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게 편했다. 내가 의지하는 일은 나에겐 너무 죄스러운 일로 여겨졌다.

짐이 되는 것만 같았다.


스스로 해내야 하는 일이 많아 그것이 익숙해서였을까

누군가에게 부탁을 한다는 일 , 그 자체가 그저 죄스러웠다.


그동안 미안해하기만 하다 보니 놓친 것들이 너무 많았고 , 그것은 곧 후회가 되었다. 상대에게 미안해서 혼자 해내려고 했던 일들은 혼자 해낼 수 없던 일들이었고 , 그것은 스스로를 옭아매는 행위였다. 그런 상황에서도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감당해내려고 노력하다가 결국은 펑, 펑 터지기 일쑤였다.

스스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고 , 그렇기에 스스로 결정해나갔던 일들의 책임은 온전히 나에게 있었다. 그 버거움이 편했다. 상대에게 의지를 받고 응당하게 그의 뜻에 휘둘리는 것보다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커오면서 도움을 받지 않고 웬만하면 스스로 내 삶을 개척해나가려고 노력했었다. 의지할 수 없는 사람이기에 애초에 포기하고 스스로 살아가려 아등바등하였던 걸지도 모른다. 어릴 적부터 커 온 환경 안에서 어린 나를 의지하는 그의 모습을 계속 봐왔고 반복되는 두려움에 마음의 문을 닫아버렸다. 자물쇠를 10개쯤은 채워놓은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은 그저 아픔을 끌어모아 눈물로 뱉어내는 행위뿐이었다. 그것마저 허용되지 않는 행위였지만.



그 반복으로 인해 의지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알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상대방이 나에게 다가가기 어렵다며 지쳐 떨어져나간 적도 여러 번이었다. 아아 , 자업자득이겠지라고 생각하며 금방 수긍하곤 했다. 지금은 주위의 좋은 사람들로 인해 좀 나아졌다. 한 번씩 어른들을 뵈면 왜 그에게 아무것도 달라고 하지 않느냐는 말을 듣는다. 어마어마한 병원비가 필요했을 때도 술을 먹기 위해 다시 가져갔던 사람이다. 술, 담배를 즐기기 위해 내 주위 사람에게도 피해를 줬던 사람이다. 천륜이라고 말하며 자신을 거둬가길 바라는 사람이다.


그 속에서 작은 금전적 지원이라도 요구하여 받게 되면 더한 어느 정도의 대가를 바랄 것이다. 그것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 차라리 지금처럼 스스로가 모든 일을 감당해내는 일이 더 편하다. 내가 너무 힘들고 버거웠기 때문에 누군가를 의지한다는 것은 나에겐 너무나 죄스러운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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