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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루미악토버 May 08. 2017

아모르파티  amor fati

캘리그라피 , 마음가짐


요즘의 마음가짐이다. 사실 이 말을 접한지는 꽤 됐다. 그럼에도 그렇게 와 닿지 않았던 이유는 마음이 꽤나 울렁거리던 시기들이었어서라는 생각이 든다. 잔잔한 파도 같은 척했지만 내면의 커다란 소용돌이를 이겨내던 그때의 나에겐 그 무엇도 들리지 않았다.  힘이 들 때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버텨내려 안간힘을 썼다. 

 왜 모든 일에 힘들어하는지 스스로가 너무 마음에 안 들었고 , 그 생각을 하며 그 와중에도 자신을 타박하는 내가 맘에 들지 않았다. 부정적이고 싶지 않았지만 부정적인 사람이 되어갔다. 내가 생각한 일반 사람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스스로를 바라볼 때에는 끊임없이 다그쳤다. 왜 그런 사람이 되지 못하냐고 , 평균에 미치는 사람이 되지 못하냐고 수없이 스스로를 혼을 냈다.


 있는 그대로의 나는 언제나 못한 사람이었다. 온전한 나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런 나에게 도움을 준 것들은 사람이었고, 책이었다. 혼자를 즐기는 나에게 주는 사색의 시간들이었다. 아픔과 슬픔이라는 것이 나쁜 감정이 아니라는 것,  그것은 반드시 필요한 감정이라는 것을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그것들은 나의 피부 곳곳에 혈색을 주었다. 

 그때부터였다. 아픔과 슬픔을 인정하고 내가 우는 일 , 힘들어하는 일을 그저 바라보고 풀어내는 글을 적기 시작했던 것이 부끄럽지 않다고 생각했다. 온전히 내 상처들과 마주할 수 있는 일이야말로 내가 내고 있는 최고의 용기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도 주변 사람에게는 힘든 이야기를 하는 것들을 꽤나 참고 있다. 혹여나 너무 갑갑해 이야기를 할 때에도 적당한 웃음과 함께 섞어서 이야기한다. 분명 내 힘듬과 아픔이 상대에게 전해질 것이란 생각이 들어 그게 날 더 미안하게 하니까.

 그런 나의 힘듬을 뱉어낼 수 있는 고마운 창구가 된 곳이 바로 블로그였다. 그곳에서 글을 쓰는 일들은 나를 일으켜 세워주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들과 비슷한 취향을 공유하며 서로를 응원해주는 블로그라는 곳은 참 신기한 곳이다.감사하다                                                    


 지금 꾸준하게 하고 있는 연습은 나를 사랑하는 일이다. 그동안의 시간들은 나에게 스스로를 알게 해주는 시간들이었으며 , 내 삶의 방향을 찾아가게 해주는 시간들이었다. 큰일이 있었던 날 이후 생명의 허무함을 느끼고는 카르페디엠을 외치고 다니며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했다. 사소한 일일지 몰라도 그 일들에게 내가 부여한 가치들을 믿으며 살아갔다. 

 그런 내가 요즘에 다시 마음에 두며 삶의 목표로 두고 있는 말이 바로 니체가 말한 " amor fati 아모르파티 "이다. 이 모든 일들이 곧 나의 운명이라면 , 나는 그것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되 이것들에게 지지 않겠다. 덕분에 나는 많은 일들을 실패했으며 , 그것을 바탕으로 이뤄냈다. 분명 어떤 것을 잃으면 어떤 것을 얻는다는 것을 느꼈다. 나는 모든 스토리들 속의 나를 아끼며  , 지금 있는 이 모습대로의 나를 사랑한다.  힘든 이야기들을 풀어내면 멀어지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뭔가 조바심을 느끼긴 하지만 , 그것조차 운명이라 믿기로 했다. 

 

살아가면서 나를 진정으로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사람들은 언제나 곁에 있었다. 그래서 표현할 수 있을 때 표현하기로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선물들을 주기도 하고 , 뜬금없는 연락을 하기도 하고 고맙다는 말을 아끼지 않는다. 모두에게 사랑받을 순 없을지 몰라도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주는 당신들이 있어서 감사하다.


아모르파티 , 나는 내 운명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물러서지 않겠다. 그리고 담담하게 맞서나 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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