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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루미악토버 Jun 23. 2017

어제,


어제 계단을 내려가다 헛디뎌 넘어졌다. 오른쪽 무릎은 피가 나기 시작했고 오른손도 밴드를 두르는 신세를 면치못했다. 워낙 칠칠맞은 터라 집 밖을 나가기 전에도 " 오늘은 제발 제가 조심하게 해주세요 "라고 마음으로 몇 번을 읊조리며 나가지만 역시나 , 나는 역시 나다.


 칠칠맞은 나라는 사람을 대변하듯 언제나 구급약통에는 밴드가 구비되어있었고 간단하게 긴급조치를 한 다음에 밖으로 나설 수 있었다. 밴드 사이로 빨간 피가 새어 나왔으나 아프다는 생각보다 매번 오른쪽 몸들이 다치는 것이 미안했다. 처음엔 못난 주인을 만나 고생하는구나 싶었다.


 오른손으로 먹고 살아가는 사람인데 오른 손가락만 다쳤다. 다행이다. 골절이라도 되었으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오른쪽 무릎은 뭐, 괜찮다. 걷는 걸 좋아하는 편이지만 날도 더운데 차라리 잘 되었다 싶었다. 그리 생각하니 마음이 좀 편해졌다. 비록 몸 밖으로는 피가 철철 나고 했으나 그저 몸에게 미안할 뿐 , 자책하지는 않았다.

 

칠칠맞은 것에 대해서 조금은 자책하는 게 필요하려나? 싶긴 했지만 , 워낙 핀잔을 듣고 의식을 해도 크게 달라지는 건 없더라. 담담하게 욕심을 접어두는 편이 나았다.


 밥을 먹다가 무언가를 흘리면 " 너랑 밥 먹는 기분이 들어 "라는 말을 듣는 것이 익숙하고 , " 나 넘어졌어 "라고 말할 때 "또"라는 말을 더해 " 나 또 넘어졌어 "라고 하는 일이 익숙한 사람.

그러나 그것은 그냥 나의 하나의 모습 , 한심해하지 않는 일. 


' 나 사랑하기 '라는 쉬울 것 같으면서도 어려운 이 일을 실천하는 것에 조금 더 가까워지는 하루가 되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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