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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루미악토버 Jul 13. 2017

책의 의미



책을 빌려 읽는 것보다 사서 읽는 것을 좋아한다.

변덕스러워서 ,  다 읽기가 아쉬워서라는 이유들로 읽다 말고 다른 책을 꺼내 드는 독서습관 때문이 크다. 그로 인해 도서관이든 , 지인에게든 빌려 읽을 때에는 가져다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부담으로 다가왔다. 읽지 않을 때에는 불안했다. 그런 마음 탓인지 빌린 책을 읽을 때엔 글자들이 따로 둥실둥실 떠다녔다. 정작 남에게 빌려줄 때에는 그저 좋다.


 나는 마음에 들거나 울컥하게 만드는 글귀를 발견하면 책갈피를 여러 개 꽂아 놓거나 사진을 찍어둔다. 좋은 책은 분명 다시 보고 싶어 진다. 그럴 때 언제든지 꺼내들 수 있는 위치에 책이 있는 게 좋았다. 덕분에 작은 방의 구석은 책으로 가득해 청소조차 너무 어렵지만 뭐 어떤가.


 초등학생 때 5만 원 남짓 받은 세뱃돈을 책을 사기 위해 모두 써버린 적이 있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놀라워서 그 일이 잊히지 않는다. 어린 내가 무슨 마음이었는지는 어렴풋 알 것 같다.  책 속에서 만나는 새로운 세상들을 동경해서였을 것이다. 책에 따라 나는 많은 사람이 되어볼 수 있었다.  어떤 이야기를 가진 사람이 되어도 그 삶이 소소해도 , 화려해도 같은 '주인공'이라 불린다. 나는 그 부분에서 다시 한번 내가 내 삶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매번 확인하고 싶었다.


 유독 책을 제일 가까이하는 기간은 힘들 때다. 도피하고 싶을 때, 그럴 때 꺼내 든다.

펑펑 눈물을 쏟아내기도 하고 ,  한참 웃기도 하며  , 흐뭇해하기도 한다. 그러고 나면 후련했다.

책의 인물에 나를 녹여 표현해내던 감정들은 , 살면서 어쩔 수 없이 감춰야 하는 감정들에게 솔직해지는 순간이니까.   나는 또 어떤 감정을 숨겼을 때에 나를 대신한 그 인물을 말하며 그때 내 감정에 대해서 말할 것이다. 그러려면 언제나 내가 사랑하는 책들은 내 곁에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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