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부재의 버튼
병원은 나에게 버튼이다.
관련된 것들이 나와서 내게 닿기만 해도 터져버리는 버튼
3달이 넘게 엄마를 간호했다. 엄마는 백혈병으로 많이 아팠었다.
24시간 내내 병원에 있던 그 날들 속 엄마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는 뇌리에 박혀있다.
그래서 자연스레 연상이 될 때가 많다.
책을 읽을 때나 어떤 영상들을 볼 때에도 병원이 나오면 나는 감정의 버튼이 눌러지지 않게 버틴다.
그게 날 터지게 할 걸 아니까.
계속되는 자극에 결국 누르고 말아서 터지면 한참 쏟아내야 멈춰지니까.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란 걸 알고 있고
마땅히 슬퍼해야 할 일이란 걸 알고 있다.
딸로 할 수 있는 일은 무너지지 않는 일,
그래서 납득하고 맘껏 울어버리고 있다.
당신과 있었던 일들 , 그리고 당신의 부재로 인해 나는 많은 곳에 버튼을 설치해두었다.
예전엔 걷다가도 울었다.
무언가를 함께할 수 없음에 미안했다.
'내가 크면 해줄게'라고 했던 많은 일들을 해줄 수 없어 울었다.
무조건적인 내 편이 떠나감이 서러워서 울었다.
누군가 방송에서 인터뷰를 하면서 결혼할 때 기댈 수 있는 '친정엄마'가 없다는 게 제일 서러웠단 말에 울었다.
당신의 어깨너머로 혼자 따라 하며 배웠던 요리의 맛을 낼 수 없다는 사실에 울었다.
나의 어린 나이가 미안했다.
미안한 게 너무 많아서 한참을 울었다.
간이침대에서 우는 걸 당신에게 들켰다는 것을 , 울음을 참지 못했음이 더 아프게 하는 거 같아서 한참 쏟아냈다.
침대 주위에 이것저것 생겨나는 기구를 보면서 오랫동안 병원에 있으면서 먼저 떠난 사람들이 생각났다.
당신이 기어코 내 곁을 떠나겠구나 싶었다. 학교 마치고 온 동생에게 맡겨두고 집에 필요한 것들을 가지러 갔었다. 그러다 뭔가 싸한 기분에 당신에게 문자를 보냈다. 서둘러할 일을 끝내고 얼른 병원으로 가서 지켜봤다.
당신은 먹지 못했고 , 먹으면 안 되었다. 며칠 지나 아들을 몰라봤다. 그리고 그렇게 눈을 감았다.
다음 날 아침에 떠났고 나는 그 날 참 많이 울었다.
그 이후로 나는 병원이라는 글자만 들어도 펑펑 눈물샘이 터졌다.
누군가 아픈 사람이 나오는 곳은 보지 않으려 했고 듣지 않으려 했다.
그러기엔 병원은 사람에게 뗄 수 없는 곳이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 또 한참 울었다.
받아들였지만 그렇다고 담담해지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래도 슬픔의 텀은 점점 길어지고 있다. 치유되지 않을 상처란 것을 안다.
그럴 거라면 계속 아파하고 울겠다 마음껏
대신 그 울음에 무너지지 않고 , 그리운 날엔 글을 적어나가며 내 아픔과 마주하겠다.
당신 곁에 언제 가도 아쉽지 않다고 말할 수 있도록 하루하루를 살아갈 것이다.
미래의 나를 그리지 않는 일에 누군가 한심하게 바라볼 지라도 ,
분홍빛일 나의 지금을 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