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반고등어
식탁 위엔 젓가락 부딪히는 소리가 작게 울렸다. 후루룩, 국물을 떠마시는 소리도 들렸다.
그 사이—호수의 귀에 가장 크게 들린 건, 마음의 소리였다. 하나의 등 뒤에서 느껴졌던 초록빛 에너지.
그 발원지는, 어쩌면 ‘바람의 언덕’이었는지도 모른다. 그 초록의 빛을… 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었다.
그 순간, 하나가 말했다.
“같이 가볼래?”
호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마치, 내 마음을 들은 것 같았으니까.
아니, 그 사진에서 느껴졌던 밀물 같은 에너지— 그게 곧 하나의 것이었음을 알아버렸기 때문일지도. 이번에도, 들키지 않았을 거라고 믿었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하지만 방금— 너무 드러난 건 아닐까.
호수는 어려서부터 감정을 숨기는 데 익숙했다. 말보다 눈치를 먼저 배웠고, 조용히 상대를 읽는 게 편했다. 아픈 엄마, 묵묵한 아빠. 누구도 힘들다고 말하지 않았기에 자신도 말하지 않게 됐다. 그게 모두를 위한 배려라 여겨왔다.
그런데 이 아이 앞에서는— 불쑥, 마음이 튀어나온다. 그래서, 하나의 눈이 무서워졌다. 지나치게 맑은 눈. 그 맑음이, 어둠을 들춰낼 것만 같아서.
젓가락이 밥 한 톨마다 생각을 골라내었다. 그때, 호수의 밥 위로 고등어 한 점이 조심스레 내려앉았다.
그 마음이 누구의 것인지, 굳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호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아줌마가 고등어 진짜 잘 구워. 한 번 먹어봐.”
하나의 엄마, 미숙이었다. 계속 밥을 헤집기만 하는 호수가 눈에 밟혔다. 무언가를 가르듯, 혹은 찾듯— 밥그릇 안에서 헤매는 젓가락이 안쓰러워서. 그녀는 고등어의 가시를 조심스레 발라내 살이 통통한 한 점을 골라 호수의 밥 위에 얹어주었다. 그 모습을 본 하나는 “나도 올려줘!” 하며 투덜댔다. 미숙은 “다 큰 애가 어리광이야?” 하고 장난스레 찌푸렸지만, 손은 어느새 생선살을 정성스레 발라내고 있었다. 입을 삐죽 내민 하나 옆에서, 아빠도 숟가락을 들고 “나도 하나 줘!” 하고 덧붙였다. 식탁 위엔 웃음이 번졌다.
그 틈에서— 호수는 살짝 몸을 빼며, 그 따뜻함을 바라봤다. 그리고, 자기 밥 위에 얹힌 고등어 한 점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처음이었다. 아니, 아마 처음일 것이다. 정확히 기억나지 않으니, 처음이라 해도 무방했다. 누군가가 이렇게 조심스럽게, 자기 밥그릇 위에 무언가를 올려준 기억. 특히 이런 따뜻한 공기 속에서—
아직도 김이 오르는 밥 위의 잘 발라낸 고등어를 보고 있자니 문득, 마음이 서늘해졌다. 서글픔인지 안도인지 모를 감정이 밥 위에 ‘똑’ 하고 떨어졌다. 호수는 흠칫 놀라, 눈물로 간이 된 밥을 얼른 한 숟갈 떠 넣었다.
아무도 못 봤겠지.
“맛있지? 아줌마 반찬 다 맛있어. 하나가 다 먹기 전에 얼른 먹어.”
미숙은 그릇을 호수 앞으로 밀어주며 말했다.
“네… 맛있어요.”
호수는 조용히 대답하며 젓가락을 들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 어쩌면, 늘 그래왔듯 모든 걸 무마하려는 습관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 따뜻함이 좋아서, 식기 전에 얼른 먹고 싶었다. 그 모습을 본 하나가 외쳤다.
“뭐야! 나도 먹어야 돼! 남겨줘!”
호수는 그 모습이 뜬금없이 귀여워 웃어버렸다. 그리고 더 씩씩하게 젓가락을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