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설렘의 감도

세 걸음보다 가까운

by 박지선

작열하던 태양이 한 걸음 물러서고,

바람 끝에 실린 낙엽 냄새가 계절의 문을 두드릴 즈음-

참새들은 낙엽 아래를 쪼아보며 작은 비밀을 찾듯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었다.


소나기는 금세 스쳐갔고,

태양은 다시 뜨거운 숨을 내려꽂았다.


그러자 둘 사이에 있었던 기억도

햇빛 아래서 천천히 녹아

공기 속으로 흩어져 사라지는 듯했다.


그럼에도,

풀 냄새가 스며든 바람 속 어딘가에는

그날의 조각들은 아주 옅게, 잔향처럼 남아 있었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그 희미한 향이 콧속 깊숙이 스며들었다.


하나와 호수는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들처럼

평온한 일상을 걸어가고 있었다.


여전히 하나는 바다로 향했고, 루틴은 늘 같았다.

달라진 점은 그 옆에 한 사람이 생겼다는 것.

바다로 가는 길목에 '호수의 집에 들르기'라는 루틴이 하나 더 생겨났다.


하나의 집에서 호수의 집까지의 거리는

걸음 하나로 기억될 만큼 짧지 않았다.

그래서 둘은 풍경에 루틴을 만들었다.

우리가 걷는 길에, 조용히 이름을 붙였다.


하나의 집에서 10분쯤 걸어

왼쪽모퉁이를 돌면 낮은 나무들에

빨간 열매가 알알이 매달려 있다.

이건 연어 알.


걸으며 열매를 하나씩 세다 보면

150개쯤 되는 시점에서야

오른쪽 풍경은 낮은 댑싸리나무들로 바뀐다.

가을이면 핑크빛으로 얼굴이 물드는 나무.

복숭아 같은, 볼따구.


댑싸리를 지나 50걸음쯤 가면

추수가 끝난 논밭이 고슴도치 등처럼 뾰족하게 펼쳐진다.

그리고 그 옆,

마법사가 심어둔 것처럼

홀로 우뚝 선 나무가 하나.


그 꼭대기에는

누가 만들었는지 모를 새 둥지가 하나 걸려 있다.


"여긴… 뭐라고 할까?“


하나가 중얼대듯 말했다.


"우리집.“


호수가 대답했다.


잠시 뒤, 말이 하나 더 얹혔다.


"우리집 같네."


하나는 발걸음을 멈추고 호수를 바라보았다.


아직 밝은 햇살이 노을로 기울어가는 시간.

그 빛에 호수의 얼굴이 잔물결처럼 일렁였다.


하나는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떴다.

호수의 눈이 빛나는 건

원래 깊은 눈 때문일까,

끝에 맺힌 소금 한 톨 때문일까.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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