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서로를 지탱하는 법
바다를 향해 걷는 걸음마다
이미 젖은 신발을 신고 있는 것만 같았다.
나란히 발을 맞추던 호수의 걸음이 느려졌고,
하나는 조금씩 앞서갔다.
그때마다 잠시 멈췄다가,
다시 호수의 옆으로 걸음을 옮겼다.
호수가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하나는 그저 그 옆에서
호수의 걸음에 새겨진 생각을
같이 딛어주고 싶었을 뿐이었다.
조금 해진 하나의 운동화와
깨끗한 호수의 신발이 나란히 움직일 때,
모래가 끌리는 작은 소리가 났다.
그 소리를 들을수록
마음은 이상하게 가라앉았다.
꽤 오랜 시간 알아온 호수는
말없이 누군가의 보폭을 맞춰주는 아이였다.
그런 아이가 지금은
어딘가에 깊이 빠져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하고 있었다.
그곳이 바다인지, 모래인지
하나는 알 수 없었다.
바다라면, 같이 빠져줄 수 있을 텐데.
거기서라면, 아무 말 없이도
같이 놀아줄 수 있을 텐데.
*****
생각이 많아지는 건
언제나 호수가 가장 기피하는 일이었다.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하면
그는 늘 알 수 없는 어딘가로
빠져드는 기분이 들었다.
아주 어릴 때, 처음 '생각'이란 것에 빠진 뒤로
호수는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했다.
엄마는 왜 아플까.
아빠는 왜 엄마를 살리지 못했을까.
왜, 나를 두고 가야 했을까.
그렇다면 조금 더 만나게 해줬어야 하지 않았을까.
왜 가까이 가지 못하게 나를 막았을까.
만약, 정말 만에 하나
나도 저렇게, 아빠도 저렇게
혼자 투명한 빛만 채워진 집을
지키게 되는 날이 올까.
엄마가 아프다는 걸 알면서도
끝내 손길을 받지 못했던
그 시간들 속에서 호수에게 사랑은
외로움과 같은 말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호수에게는 사랑은 있는 듯 없는 편이
차라리 편하다고 느끼며 자라왔다.
기대가 없다면 실망하지 않으니까.
그 모든 의문을 덮고 침묵을 선택한 건
순전히 아빠를 위해서였다.
쏟아질 질문들로 아빠의 마음을 더 헤집고,
더 괴롭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호수는 알고 있었다.
자신과 같은 침묵으로 버티는 아빠의 마음도
결국은 자신의 침묵과 같은 자리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조심해.”
생각이 더 깊어지려는 순간,
누군가 호수의 손을 잡았다.
“조심해. 넘어져.”
하나의 손이었다.
따뜻한 손이 호수의 손을
꽉 잡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