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향하는
발끝을 덮는 밤의 장막을
헤치며 달려가는 길은
어떤 추위도, 바람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
호수의 귀에는
딱딱한 땅을 딛는
자신의 발걸음만
또렷이 울리고 있었다.
이 결심이
다시 약해질까 봐.
겁에 질려
금세 한 발 물러나
이 걸음에 담긴 마음이
끝내 하나에게 닿지 못할까 봐.
머릿속에선
불안이
계속 말을 걸었다.
지금이면 늦은 건 아닐까.
아니면,
이미
늦어버린 걸까.
그 생각이
발목을 붙잡듯 따라붙었다.
그래서
멈출 수 없었다.
그저
달리는 발을
더 재촉하는 수밖에 없었다.
하나를 그렸다.
눈앞에
주저앉아 울고 있던 모습.
환하게
웃어 주던 모습.
한걸음,
또 한걸음.
가까워질수록
선명해지는 장면 속에서
작지만 올곧은
하나의 발과 다리.
무릎까지 오는
갈색 반바지.
작지만
누구든 기대어도 될 것 같은 등.
그리고
언제든
자신이 부르면 돌아볼 것 같은
작고 둥근 머리.
하나는
또다시
호수를 붙잡았다.
눈앞에 없는 손이
여전히 잡혀 있는 것처럼.
사라지지 않은 온기가
등을 밀어냈다.
멈추지 못하게.
그렇게
보이지 않는 손이
끝까지
놓아주지 않았다.
익숙한 풍경 속에서
호수는 점점 걸음에 힘을 주었다.
마침내 도착한
하나의 집 앞.
문 앞에 서자
희미하게 초록의 온기가 느껴졌다.
언제나 자신이 기대던 그 따뜻함이
이미 호수의 심장을 감싸고 있었다.
낯설면서도 익숙한 그 온기에
눈가가
시큰하게 녹아내렸다.
긴장된 심장의 울림이
잔잔한 호수의 물결 위에
원형의 파동을 만들어냈다.
그 파동을 잠재우기 위해
호수는
닫혀 있던 마음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