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교육, 내가 알고 있는 정보가 맞는 걸까?
나에게 제일 많이 하는 질문 TOP 3안에는 항상 이 질문이 들어가 있다.
바로 ‘아이에게 들려줄 좋은 음악을 추천해 주세요’이다. 요즘은 아이들을 위한 클래식 모음 CD도 있고 유튜브에 검색하면 쉽게 아이들을 위한 클래식을 추천해 주는 채널이 나온다. 아이들을 위해 엄선된 음악이니 그냥 틀어주면 되지 않을까?라고 대부분 생각하지만 나는 여기에 하나의 팁을 더 전하고 있다. 그건 바로 ‘아이의 반응 살피기’이다. 좋은 음악을 고르는데 에너지를 10%만 사용하고 나머지 90%의 에너지는 음악을 듣는 아이의 반응에 집중해야 한다.
음악은 항상 아이들에게 좋은 느낌만 줄까? 그건 아니다. 부모들은 아이에게 음식을 먹일 때 좋은 재료와 영양분을 모두 생각하고 몸에 좋은 음식을 아이에게 제공하려고 노력한다. 그럼 이런 좋은 음식을 제공받은 아이들은 모두 다 잘 먹을까?
물론 잘 먹는 아이도 있겠지만 인상을 찌푸리며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아이도 있을 수 있다. 아이에게 음식을 제공한 후 이 음식이 아이의 입맛에 맞는지 체크하듯이 음악도 꼭 이 체크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다.
이것의 한 예로 나의 수업 이야기를 소개한다. 내가 진행하는 수업에서는 ‘나만의 반려음악’이라는 주제로 나에게 힘이 되고 힐링을 주는 음악을 선정하는 수업이 진행된다. 그때 아이들에게 느낌이 다른 클래식을 몇 개 선택해 감상 한 뒤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같은 음악을 들었지만 아이들이 느낀 반응은 항상 제각각이다. 그중 한 친구의 사례를 소개하겠다.
그날은 드뷔시의 ‘달빛’이라는 차분한 느낌의 음악이 플레이 리스트에 들어가 있던 날이었다. 음악이 플레이되자 대부분의 아이들은 잠이 오는 음악이라며 잠자고 있는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편안한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나 역시도 드뷔시에 ‘달빛'을 들으면 어딘가에 당장이라도 눕고 싶은 기분이 들만큼 편안한 느낌을 받는데... 그런데 한 아이는 “선생님 이거 너무 무서워요. 해골이 나올 것 같아요.”라며 무덤과 해골 그림을 그렸다. 감상을 마친 뒤 아이의 반응을 더 자세히 살펴보았다.
불안한 표정을 하고 있는 아이.
곡에 대한 설명을 했더니 곡의 이름까지 알고 있었다.
또 처음 듣는 곡이 아니라 매일 듣고 있는 음악이라고?
이렇게 무서워하고 불안해하는데 이 곡을 왜 들었던 거니 아가야..
수업이 끝나자마자 나는 당장 어머님을 찾았다.
항상 밝은 에너지로 아이를 대하시던 어머님이라 내가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어머님이었다. 또 아이 교육에도 정말 열정을 다하시는 어머님이셔서 존경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던 어머님!
그분 과의 수업 피드백 시작 되었다. 피드백 공간의 배경 음악을 드뷔시 ‘달빛’으로 바꿨다. 음악이 나온 뒤 어머님 표정이 더 편안해 보이시는 건 나의 기분 때문이었을까?
“어머니, 이 곡 들어보셨나요?”
“네, 선생님. 제가 좋아하는 곡이에요!”
“아~ 이 곡을 좋아하시군요! 오늘 아이들이 감상했던 곡이에요.
어머님은 이 곡을 들으시면 어떤 느낌이 드세요?”
“이건 제가 쉴 때 주로 듣는 음악이라서 그런지 쉬고 싶은 마음이 드는데요? 하하”
“그럼 도은이도 달빛을 좋아하나요?”
“네! 도은이 자장가 인걸요~
잠시만요 선생님, 혹시… 도은이가 이 곡을 안 좋아하나요…?”
어머님은 눈치도 백 단이셨다. 오늘 이 수업 피드백 자리가 왜 생겼는지 바로 아셨다.
“어머니, 오늘 도은이가 표현한 느낌을 설명해 드릴게요.”
어머님은 아이가 표현한 것을 보고 너무 놀라시며 갑자기 눈물을 보이셨다. 항상 밝은 미소를 장착한 어머님이 우시니 마음이 안 좋았지만 어머님께 아이가 보인 반응을 더 자세하게 전달해 드리고 싶은 마음이 그 순간에는 더 크게 들어 피드백을 멈출 수 없었다.
어머님은 ‘달빛'이라는 곡을 정말 좋아하셨고 음악을 들을 때 마음이 너무 편안해져 아이에게 자장가로 들려주면 좋을 것 같아서 자주 틀어주시던 곡이라고 하셨다. 좋은 마음으로 한 행동이었지만 아이는 그 음악을 듣는 시간이 편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눈물을 보이신 것이다. 이처럼 아이의 반응 살피기는 음악 감상을 할 때 아주 중요하다.
또 어린이를 위한 클래식이나 아이들이 주로 보는 음악 동화에 나오는 음악만 들려주는 가정도 많이 있다. 물론 아이들에게 들려주면 좋은 음악이라고 광고를 하기도 하고 또 직접 들어보니 훌륭한 작곡가가 만든 음악이 좋은 것 같아서 들려주는 경우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아이들은 비슷한 클래식 음악을 듣고 자란다. 우리는 모두 생김새는 물론 성격도 모두 다른데 어째서 같은 음악을 들어야 할까? 같은 음악을 듣는다고 모두 다 똑같은 감정을 느끼지 않다는 것은 위에 사례에도 소개했지만 심플하게 생각해 봐도 오히려 모두 같은 음악을 듣고 같은 감정을 느낀다고 생각하는 게 더 이상한 게 아닐까?
어른들은 모차르트나 베토벤이 위대한 작곡가라는 사실을 알고 곡을 들었던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곡이 나에게 좋은 느낌인지 별로인지 느낄 새도 없이 명곡이란 타이틀에 좋다는 감정을 앞세웠던 것은 아닐까?
하지만 아이들은 그런 정보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더 솔직하게 감정으로 표현하고 본인에게 듣기 좋은 음악을 더 잘 선택할 수 있는 귀를 가지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글에 나온 '도은'이란 아이의 이름은 실명이 아닙니다.
글에 나오는 아이들의 이름은 모두 <도레미파솔라시>에 '은'만 붙여 만든 가명을 사용합니다.
앞으로 도은이, 레은이, 미은이, 파은이, 솔은이, 라은이, 시은이의 이야기도 글로 만나보아요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