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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 여선생 Oct 01. 2023

이번 여행에 0% 조차 기대감이 없어

삼모녀 여행의 이단아 등장

10여년을 '삼모녀'라는 이름으로,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며 여행을 떠났다. 그 시간 동안 우리는 늙었고, 엄마는 더 늙어버렸다.


앞으로 우리의 여행이 더 소중해질 것만 같아서, 으로도 계속 어디라도 떠나게 될 것이기에, 삼모녀 여행의 공식적인 시작을 생각해 본다.



이스탄불 야경. 이 강물에 여권을 던지고 싶었다.

처음 시작은 터키(지금 공식 명칭은 르키. 하지만 10년 전 내가 떠날 때는 터키라고 불렸기에, 이 글에서는 그날의 명칭을 사용하겠다. 우리가 10년 전 다녀온 곳은 터키였으니) 패키지여행이었다.


처음은 무엇이든 강렬한 자국을 남긴다. 그 '처음'에 힘입어, 여행지에서 여권을 던져버리고 싶었던, 하루하루 가는 시간을 잡고 싶었던 그런 마음을 터키에서 '처음' 느껴봤다.


여행의 시작이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나는 지금 그 이야기를 하고 싶다.


모녀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혹은 가족여행을 계획 중인 중대한 역할을 맡은 나의 동지가 계시다면, 이 부분을 인정해야만 한다. 모든 가족 구성원이 그 여행을 가.고.싶.은.것.은.아.니.다.


대가족도 아니고, 겨우 3명 삼모녀가 떠나는 여행에도 역시나, 이단아는 있기 마련이다. 우리에게 그런 이단아는 언니였다. 엄마는 여행지를 선택했고, 여러 여행사 여행 상품의 일정표, 가격, 출발 날짜 등을 비교하며 터키 패키지여행상품을 최종 선택했다. 삼모녀 통솔자이신 엄마의 선택이 끝났다면, 이제 내가 움직일 차례이다. 비록 패키지여행이지만 여행코스를 살펴보며 그곳에서 봐야 할 것들, 역사적인 이야기, 가봐야 할 장소, 먹어야 할 음식 등을 검색하며 정리했다. 터키는 역사, 자연, 사람들.. 이야깃거리가 참 많은 나라이기에, 여행자에게는 더욱 설레는 곳이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여행 출발일을 기다리며 준비하던 도중, 삼모녀 이단아의 충격 발언이 있었다. 발언의 상황은 다리 아픈 엄마를 위해 두 딸이 엄마의 다를 주무르고 있는 아주 아름다운 상황이었다. 여행을 기다리며 준비할 것들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언니가 덜컥 말해버렸다.


 "나는 이번 여행에 0% 조차 기대이 없어. 너와 엄마가 가니까 짐꾼으로 가는 거야."


충격발언이었다. 이미 여행 대금까지 다 지불한 상황에서, 아니 그것을 떠나 우리와 함께하는 가족 여행에 기대감이 0%라니, 이것은 이 여행에 가고 싶지 않다는 말이었다. 가까운 식당을 가더라도 가족 중 한 사람이 "거기는 내가 먹고 싶은 것이 없어." 라고 한다면 "에이, 김샌다. 다른 곳으로 가자." 라고 하는 우리 가족의 풍속을 봤을 때, 위 발언은 참으로 서운하고 기대감으로 조금씩 가열되는 마음에 찬물을 시원하게 끼얹는 발언이었다. 심지어 그 마음이 진심이기에 엄마는 더욱 속상했을 것이다. 아직도 이 장면과 문제의 발언을 한 순간을 정확하게 기억한다.



터키홍차 한잔, 그리고 삼모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모녀는 떠났다. 처음, 터키로.


여행지를 선택하고 책임감으로 여행을 인솔하는 엄마와, 그냥 그냥 터키 첫 패키지 유럽여행에 설레는 막내딸과, 여행에 기대감이 0% 이자, 본인의 역할은 짐꾼일 뿐이라는 언니의 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언니는 이스탄불 강물에 여권을 던지고 싶은 여행자가 되었다. 그리고, 처음 터키 여행을 시작으로 삼모녀 여행의 핵심 멤버로 거듭났다. 삼모녀와 떠나는 여행을 기다리고, 준비하게 되었다.


모든 것이 준비된 패키지여행이 안 좋을 리는 없겠지만, 특별히 처음 터키는 정말 좋았던 여행지 었다. 물론 여행의 고비는 있었다. 여행 시작부터 비행기 안에서 언니의 복통이 일어나 그 중요한, 기내식도 못 먹고, 옆자리에 앉은 외국인 아저씨까지 안절부절못하게 만들었다. (나는 이것을 인과응보라고 부르지 않겠다.) 안 그래도 기대감 없는 여행에 복통까지 더해졌으니... 어쩌나... ㅋ


그럼에도 결국, 터키는 삼모녀의 인생 여행지가 되어주었다.

삼모녀, 터키



가족여행을 준비 중인 동지들이 계시다면, 여행을 향하는 가족 구성원들의 기대감과 여행지를 꿈꾸는 각각의 마음은 모두 다르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들의 기대감이 나와 다르다고 열받지 마시길. 내가 그들의 기대감에 미치지 못한다고 우울해 마시길. 결국 여행의 시간을 통해 예상하지 못한 결말을 마주 할 테니, 그 순간을 기다려 보시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과 함께 여행을 꿈꾸고 있는 여행자들이여, BRAVO YOUR TR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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