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희비련씨 Jul 30. 2023

아련한 애련씨 6. 고양이

성질 더러운 고양이 23.7.30

딸내미 솔이가 2세부터 중학교 2학년 여름까지 친정 엄마가 우리 집을 오가며 돌봐주셨다. 솔이는 중학교 2학년부터 무용을 전공하기로 하고 여름방학부터 입시생 모드에 돌입했다. 그 덕분에 엄마의 돌봄이 크게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 다행이기도 했다. 모두에게... 

친정 엄마가 오지 않게 되면서 우리 가족은 솔이가 그토록 염원하던 고양이를 입양하기로 결정했다. 우리 회사 프리랜서 아티스트 두공의 연습실에 고양이 부부가 새끼를 낳았다고 분양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한 걸음에 달려가 회색 솜뭉치 봉봉이를 입양했다. 처음이라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길렀다. 무릎냥은 아니었고, 쌀쌀맞은 에미나이상인 봉봉이는 나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다. 남편 말로는 봉봉이가 내 신경 안정제라고 했다. 봉봉이가 4살 되던 해 생일선물로 둘째를 들였다. 이름은 봉봉이 투 = 봉투로 지었다. 봉투는 애교 넘치는 겁 많은 고양이었다. 봉투가 아기 때 귀여운 짓 예쁜 짓을 해도 잘 안아주지 않았다. 봉봉이가 언제나 서늘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에 봉봉이가 서러울까 봐 늘 봉봉이만 이뻐하는 척했다. 봉투는 어느 날 쑤욱 자라 있었다. 두 번의 작은 사건으로 봉투는 더욱 겁이 많은 고양이가 됐다. 봉봉이와 봉투는 절대 친해지지 않고, 가끔 투닥거리며 대면대면 살았다. 

솔이가 대학교를 그만두고 독립해서 살 때 고양이를 하나 입양했다. 그리고, 호찌민 유학 가기 전 잠시 우리 집에 고양이와 함께 들어와 살았다. 솔이 고양이는 치즈로 이름도 '치쥬'였다. 치쥬는 딱 솔이같은 녀석이다. 사납고 힘도 세고 영리했다. 1년이 안된 고양이가 점프해서 문을 모두 열었다. 중성화를 했지만 수컷이라 그런지 봉투와 엄청나게 싸웠다. 그때가지만 해도 봉투가 덩치가 더 크고 싸움도 잘했는데 치즈의 기세에 눌려 침대방 침대 아래서만 숨어 지냈다. 침대방을 제외한 모든 공간은 치쥬가 점령했다. 나이 많고 작은 봉봉이는 기세만은 하늘을 찔렀기에 선빵을 날려 치쥬를 제압하며 함께 같은 곳에 공존했다.  

고양이뿐이겠는가 인간사도 마찬가지겠다. 기선 제압이 중요하다. 힘이 있더래도 '기'에서 눌리면 그 게임은 지고 시작하는 것이다. 역시 기가 쎈놈이 최고다.


놀공은 명함은 모두 다르다. 각자 자신만의 동력이 있고 숫자가 있으며 고유의 색깔이 있다. 나의 명함에 있는 동력은 '추징력'이다. 추진력을 넘어 추칭을 하는 전투적인 동력을 갖고 있다. 놀공은 정말 작은 동아리 혹은 lab실처럼 시작했다. 한국 문화를 모르는 피터공과 대학생 2명과 나 이렇게 네 명이 시작했었다. 이렇다 보니 사소한 일부터 돈을 받는 일 모두를 내가 했어야만 했다. 원래도 독기가 있었는데, 사업을 하다 보니 더욱더 거칠어졌달까? 나는 그렇게 점차 변해갔다.

나의 말과 표정은 적대적이며 호전적인 형태로 점점 더 변해갔다. 가족을 대할 때도 그랬으며, 고객사도 마찬가지였다. 만약 불합리한 상황이 닥쳤다 생각되면 참지 않았다. 담당자에겐 매우 껄끄러운 상대였을 것이다. 어제 찐친이라 할 수 있는, 알고 지낸 지 13년이나 된 고객사 분께 피드백을 들었다. 담당자들이 나와 대화하기 꺼리는데 그 이유는 무섭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마도 오래 볼 사이가 아니었다면 그러려니 하고 한 마디도 전하지 않았을 것인데, 진심으로 놀공을 사랑하는 분으로서 피드백을 해준 것이다.

참으로 고마운 피드백이다. 두고두고 새겨야 할 마음 가짐이다. 부드러운 대화와 협상의 자세가 필요하다. 뭐 금방 안될 수 있겠지만, 이 사나움은 좀 다스려야 한다.


성질 더러운 고양이 치쥬는 콧등이 성할 날이 없다. 대드는 치쥬에게 봉봉이는 냥냥 펀치를 날려 콧등을 할퀴거나 털을 몽창 뽑아놓곤 했다. 인간이고 고양이고 성질 더러운 생명체는 언제나 상처 투성이다.

반성한다.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서 #템플스테이 라도 다녀와야 하려나 싶다.



작가의 이전글 아련한 애련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