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스쿨 엄마는 오늘도 기다립니다.

by 꿈꾸는작은자

어쩌면 첫째를 임신하고 출산을 기다렸던 마음보다 더 애타게 둘째를 기다렸던 듯하다.

입양을 신청하고 둘째의 소식을 기다리며

어딘가에 있을 둘째의 생모와 둘째를 위해 기도했다.


둘째를 처음 만나러 가는 길, 집으로 데리고 올 수 있는 짐을 다 챙겨서 출발했다.

망설일 이유도 없이 하루라도 빨리 집으로 데리고 오고 싶었다.

입양기관 대기실에서 원장수녀님께 둘째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을 때,

다른 수녀님의 품에 안겨 들어오던 둘째를, 빼앗듯이 품에 안고 울고 또 울었다.

잃어버린 아이를 찾은 마음이 이런 느낌이었을까..


아이를 꼭 안고 나는 계속 이야기했다.

“됐어. 됐어.. 이제 집에 가자.. 집에 가자.. 이제 우리 집에 가자..”

태어난 지 갓 한 달이 지난 둘째는 빠알간 얼굴로 잠시 엄마를 본 듯하더니

우는 엄마는 안중에도 없이 쌔근쌔근 잘도 잤다.

수녀님께서

“역시 엄마네.. 엄마 품에서 편히 자네..”라고 하시는데

그제야 남편이 자기도 한번 안아보자고 뭉클한 표정으로 내게 말을 걸었다.


그렇게 우리 집에 온 둘째는 잠도 잘 자고 분유도 참 잘 먹었다.

첫째 때는 모유의 장점을 알기에, 어려워도 힘들어도 최선을 다해 모유로 키웠다.

둘째에게 분유를 먹일 때마다 모유를 먹이지 못해서 속상해하며, 모유성분에 가깝다는 비싼 산양분유도 사서 먹이며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


분유는 아빠가 안고 먹일 수 있어서, 아빠가 퇴근 후에 분유 먹이는 것을 많이 도와주었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아빠와의 친밀감은 첫째보다 둘째가 더 깊은 것 같다.

선호도와 관심사가 비슷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이것도 어려서부터 아빠와의 친밀감이 높아서 그렇게 개발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둘째는 어려서부터 낯을 많이 가리고 쑥스러움도 참 많았다.

교회나 홈스쿨 모임 등에서 발표할 상황이 생기면 엄마 뒤에 숨어서 이야기하거나, 울먹이며 겨우 해내는 때도 있었다.

그렇게 쑥스러움이 많은 둘째인데, 이천 명이 넘게 들어가는 큰 교회 본당에서 ‘경배와 찬양팀’으로 서기도 했다.

나중에 전해 들었지만, 연습 때 선생님 품에 안겨서 울면서도 끝까지 자신의 역할을 감당했다는 이야기에 뭉클하기도 했었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자신이 하고 싶어서 선택한 활동을 힘들어도 끝까지 해 낸 둘째가 참 기특하고 대견했다.


어릴 적 둘째의 모습을 기억하는 분들이 요즘 둘째를 보면 신기해하신다.

요즘 둘째는 스포츠를 좋아하고 매일 운동을 다니는 청소년이 되었다.

얼마 전까지는 미술이나 만들기에 빠져 있었는데, 요즈음은 자신에게 어울리는 패션과 운동을 좋아한다.

첫째도 둘째도 자신이 좋아하고 하고 싶어 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이와 타인에게 해가 되지 않고, 말씀 안에서 허락할 수 있는 것은 거의 다 열어주었다.

이러한 우리 가정의 홈스쿨 방식으로,

첫째는 자신이 좋아하는 ‘공연 기획과 연출’이라는 분야를 조금은 일찍 발견하여 자신의 삶을 열정적으로 채워가고 있다.


첫째에 비해 책도 덜 좋아하고, 공부에 대한 의욕도 별로 없는 둘째지만, 둘째 앞에서 첫째와 비교해 본 적이 없다.

물론 어느 부모나, 아이가 공부를 좋아하고 잘하면 마음이 참 뿌듯하고 기쁘겠지만,

공부는 아이에게 주신 여러 은사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에, 아이들 모두 잘하는 것을 발견하고 누리는 삶을 살아가기를 어려서부터 기도했다.

MBTI는 T이지만 참 다정한 둘째.. 말로는 엄마의 약점을 요목조목 짚어서 이야기하지만 그 누구보다 따뜻하게 가족을 챙기는 딸이다.

속 깊고 츤데레처럼 다정한 둘째로 인해 마음 뭉클하고 포근한 순간들을 참 많이 만날 수 있어서 감사하다.

오늘도 둘째는 많지 않은 책을 읽고, 성경을 쓰고, 적은 분량의 스스로 정한 할 것을 한 후 마음 편히 논다. 스포츠와 좋아하는 추리예능도 보고, 헬스장에 가거나 집 근처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운동을 한다.


첫째가 고등학교 1학년 나이에 고졸 검정고시를 마치고, 자신의 인생과 비전을 계획하고 스스로 준비했을 때, 4살 어린 둘째도 비슷하게 이 시기를 지날 것이라 기대했었다.

그런데 둘째는, 언니가 언제 고졸검정고시 시험을 보았는지 물어보고는 같은 시기에 보는 것을 목표로 삼고, 고등학교 1학년 나이에 고졸 검정고시를 마치고, 편안히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지낸다.

어쩌면 둘째는 어려서부터 ‘언니는 똑똑하고 책을 많이 읽고 리더십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서, 언니가 잘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승부욕을 부리지 않았던 듯하다.

언니가 검정고시를 본 시기에 검정고시를 보는 것에 만족하고 그 부분만 승부욕을 가졌다. 심지어 언니의 검정고시 점수에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솔직한 엄마의 마음으로는 꼭 공부가 아니더라도 자신이 더 깊이 몰입하고 싶은 것에 집중하며

하루라도 빨리 다음 발걸음을 준비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오늘도 지금까지처럼 입을 다물고 기다린다.

하나님께서 내게 가르쳐주신 ‘기다림이 기도’라는 깨달음을 오늘도 나의 삶에서 순종하며 둘째를 향한 하나님의 계획을 신뢰하고 기도할 뿐..


혹여라도 엄마의 조바심이 아이를 망치지 않기를 바라기에,

첫째와는 다른 둘째의 삶이 있음을 알기에,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때에 이끄실 것을 알기에,

무엇보다 둘째가 ‘부모님과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삶’을 살고 싶어 하는 바람이 있음을 알기에,

둘째를 태초부터 계획하셔서 우리 가정으로 보내신 하나님의 그 사랑을 알기에,

마음이 반듯하고 해맑고 사랑 많은 둘째의 다음 걸음을

오늘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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