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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로운 Aug 05. 2024

점심을 사 먹지 않는 직장인의 삶

이렇게 좋은 것을 이제 알았네요

이 이야기는 점심식대가 나오지 않는 저희 회사와 같은 곳에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직장인에게 점심시간이란 무엇인가요? 


국밥, 주 1회 짜장면, 쌀국수, 돈가스, 냉면. 매콤한 두루치기에 밥을 비벼먹고, 닭갈비 볶은 후에는 치즈까지 촤르르 넣은 볶음밥으로 마무리. 조용한 분위기의 우리 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시간은 사실 점심시간밖에 없습니다. 궁금하던 아니던 스몰톡을 주고받으며 친목을 다져봅니다. 저에게 회사 점심시간이란 가뭄의 단비 같은 맛있는 것을 즐기면서 사람들을 알아가는 시간이었던 것 같네요. 물론 이렇게 점심만 뚝딱 때리고 오면 한 시간이 순식간에 가버려서 그대로 자리에 종종종 들어가 오후 업무를 시작해야 합니다. 좀 아쉽기도 하고, 금방 졸음이 몰려오기도 합니다.



그렇게 살아온 7년 차 직장인. 

변화가 필요한 시기가 왔습니다. 

드디어 발등에 불 떨어진 결혼 준비로 다이어트를 해야 했기 때문이었죠. 


요즘 점심값, 장난 아닙니다. 만원 이하인 밥집을 찾으면 감사하다고 절이라도 해야 할 판이에요. 매 달 약 20~30만 원이 점심값으로 나갑니다. 이 돈이 그대로 지방이 되어 몸에 덕지덕지 붙었나 봅니다. 잘 빠지지도 않고 맛있는 음식 앞에 마음을 애절하게 녹여서 어떻게든 붙들려 보려고 하더군요. 


독하게 마음을 먹고 저녁뿐만 아니라 점심까지 다이어트 식단으로 바꿔봅니다. 



다이어트 점심식단, 어렵지 않았습니다. 

거창한 샐러드 가게에 가서 또 만원 이상되는 돈을 풀떼기에 쓸 필요도 없습니다. 


1. 방울토마토 한 박스를 사둡니다. 소분해 둡니다. 아침에 출근 전에 냉장고에서 쏙 가지고 나가면 끝. 

2. 계란을 삶습니다. 가방에 챙겨갑니다. 이건 귀찮다 싶으면 그냥 편의점에서 구매합니다. 보들보들 짭짤한 감동란, 맛있거든요.

3. 바나나를 한 손 삽니다. 편의점에서 세일하는 바나나 한 손도 꽤 괜찮습니다. 

4. 2+1 하는 칼로리 발란스를 쟁여둡니다. 방울토마토로 배를 채우고 이거 한 조각 먹으면 디저트 먹는 기분이라 꽤 괜찮습니다. 

5. 요거트 또는 저칼로리 두유를 구매합니다. 

6. 고구마를 미리 쪄가거나 삶아가는 것도 방법입니다.


위 다섯 가지를 섞어가면서 적절히 먹어줍니다. 분명 오후가 되면 배가 고플 수도 있지만 밖에서 배부르게 먹고 들어와서 계속 앉아있을 때의 그 불편한 느낌이 없어 기분이 좋아집니다. 배고프면 물을 마셔요.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좋습니다. 


저녁식사는 밥과 간단한 반찬을 먹거나, 단백질 위주로 먹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에 3번 이상은 헬스장에 가서 열심히 운동을 했어요. 


그렇게 두 달 하고 반이 지났습니다. 6kg를 감량했습니다. 

주말이면 맛있는 것도 먹었고, 약속이 있는 날이면 배부르게 먹기도 했어요. 그래도 그간 입었던 바지가 홀랑홀랑 해졌습니다. 아직 본식까지는 더 감량해야겠지만 드레스 투어도 마음에 드는 몸뚱이로 할 수 있어서 뿌듯한 여름을 보냈답니다. 


다들 이제 점심은 먹어도 되지 않겠냐 하는데, 그만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장점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에요. 



살이 빠지는 것보다 더 큰 메리트는 사실 이 것입니다. 


점심값 20~30만 원이 5만 원 이하로 줄어들었습니다. 

두 달을 모았더니 50만 원이 생겼어요! 그렇게 1년이면 무려 300만 원! 

세상에, 점심값을 아껴 부자가 될 수 있겠네, 저는 생각했어요. 


티끌을 모아서 태산까진 아니어도 언덕 하나정도는 만들 수 있는 것이더라고요. 결제의 즐거움보다 쓰지 않는 즐거움이 어찌나 큰지, 저는 사실 이 맛에 중독되고 말았습니다. 이 돈 모아 어디다 쓸 거냐면요, 집도 사고 신혼여행 자금으로도 쓰려고 합니다. 그럴 생각을 하니 보너스 돈주머니 하나 생긴 것처럼 기분이 참 좋아집니다.


살과 돈은 반비례하는 걸까요? 살이 빠지니 돈이 모이네요!



또 다른 장점도 있습니다. 

점심을 나가서 사 먹지 않는 직장인의 정오는 아주 깁니다. 


다들 자리를 비울 때 자리에 남아 간단히 방울토마토와 바나나 등으로 배를 채우고, 날이 요즘처럼 덥지 않을 때에는 동네 한 바퀴를 크게 돌아봅니다. 직장인들로 빽빽한 번쩍번쩍한 건물들만 늘어선 도심지이지만 그렇게 여유롭게 걷다 보면 공원도 발견하고 새로운 길도 발견합니다. 날씨가 덥다면 서점이나 가게에 구경을 가봅니다. 잠시 서서 발견하는 책의 문구 하나에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아지기도 해요. 밥만 먹고 들어왔을 때에는 한 시간이 금방 가더니, 이렇게 이렇게 쪼개 쓰는 점심시간은 참 길게 느껴집니다. 없던 여유가 스며드는 기분이에요. 



다이어트도, 돈 모으기도, 여유 찾기도 한 번에 할 수 있는 방법!

매일이 똑같이 흘러가는 직장인은 가끔 이런 시도와 변화가 반갑고 좋더랍니다. 

(물론 구내식당이 있거나 식대가 나오면 더 좋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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