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4일의 단상
에어컨 켜둔 고슬고슬한 나만의 공간, 조용한 방 한가운데 들리는 내 타닥타닥 타자 소리, 오로지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는 완벽한 월요일의 재택근무. 차분한 이 시간을 나는 참으로 아낀다. 그런데.
불청객이 있었다.
쌀알보다 작으면서도, UFO만큼 재빠르면서도, 하염없이 내 눈앞에 왔다 갔다 거리는, 파리다.
초파리? 아니다. 벼룩파리란다.
뭐 이름의 유래를 물어볼 필요도 없게 생긴 게 딱 벼룩처럼 생겼다. 이 얄미운 놈들로 나의 평화가 깨진 나머지, 나의 온 하루를 앚아갔으므로, 오늘의 글감은 이것으로 정했다.
눈앞에 왔다 갔다, 정신을 아득하게 만들다 못해 얼굴에 달려드는 행태가 심히 귀찮음과 짜증을 유발한다. 잡을래도 잘 잡히지도 않는다. 잡는답시고 손뼉을 너무 쳐대서 내가 다 건강해지게 생겼다. 전기 파리채에 걸리면 파박 튀기는 소리에 잠깐 속이 시원하기도 하지만 작은놈들은 그 좁은 파리채 사이로도 요리조리 피해 간다. 감히 우리 집에서 짝짓기 하며 두 마리 쌍으로 날아다니는 꼴을 보면 부아가 치민다.
분명 그제는 청소기로 구석구석 빨아들였고, 어제는 방바닥을 뜨거운 김 나는 걸레로 싹 닦았는데 이놈들은 어디서 나타나는 것일까? 미스터리 그 자체인 해충들! 오늘만 해도 100마리는 넘게 잡은 것 같다. 약도 쳐보고 하수구에 뜨거운 물도 부어보았는데 어디선가 유유자적 나타나서는 또 사라진다. 이 정도로 이 쪼그마한 벼룩파리에 시달린 적이 있었던가? 러브버그는 징그러워도 익충이라던데 이놈들은 익충도 아니다. 싸그리 씨를 말려버려야겠다. 나는 마음먹었다. 우리 집에 들어온 이 침입자들을 이대로 두지 않겠다고.
퇴근 후 바로 다이소로 향했다. 가는 길에 벼룩파리 퇴치법을 열심히 찾아봤는데, 이놈들 여간 퇴치가 쉽지 않나 보다. 나만큼이나 치를 떠는 사람들이 남겨둔 글과 영상이 가득했다. 자, 일단 다이소에 가면 있는 초파리 박멸 스프레이와 끈끈이는 달달한 과일 주변에 나타나는 약하디 약한 초파리들에게나 먹힌다고 한다. 그러나 오늘 내가 상대하는 놈들은 초파리가 아니고 벼룩파리다. 더 징그럽고 크고 빠르다. 다이소에 도착하니 초파리 퇴치 용품들이 떡하니 대표매대에 나와있었다. 나만 이것들과 전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구나, 이 코너를 찾았을 이름 모를 동네 주민들에게 동지애를 느꼈다.
구매 리스트
1. 일단 기본템인 에프킬라를 구매했다. 이건 많이 들이마시면 사람도 죽을 수도 있다 생각하고 쓰레기통에 왕창 뿌리기로 결심.
2. 뿌리는 락스를 구매했다. 집안 곳곳 하수구에 락스칠을 해야겠다.
3. 쓰레기봉투를 다량 구매했다. 저놈의 벼룩파리 생기기 전에 쓰레기봉투를 갖다 버려야 한다.
4. 그리고 여러 콘텐츠에서 추천하는 가그린과 분무기를 구매했다. 가그린과 물을 1:1로 섞어 분무기에 넣고 벼룩파리가 많이 나오는 곳곳에 뿌려주면 효과가 좋다고 한다.
해충퇴치를 위한 마음까지 한아름 준비해서 집에 다시 도착.
일단 물을 끓였다. 하수구에 끓인 물을 콸콸콸 들이부었다. 하수구 벽 타고 올라오는 일은 이걸로 당분간 없으리라. 쓰레기통을 비우고 싹 닦은 이후, 에프킬라로 거의 샤워를 시켰다. 쓰레기봉투를 세팅했다. 가그린을 착착 분무했다. 쓰레기통이 눈에 보일 때마다 가그린을 도핑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집안 곳곳의 하수구에 락스를 착착 뿌렸다.
일단 오늘의 퇴치 작업 완료. 내일 두고 보자. 우리 집을 더럽고 징그러운 해충으로부터 지켜내고 말리라. 하루 종일 벼룩파리 퇴치 고민만 하다 보니 이걸로 글이 한 편 써지는구나!
야근하고 집에 돌아오고 있는 남편은 혼자 있어서 심심했을 날 걱정하던데, 나는 남편의 얼굴을 보자마자 해충 퇴치를 위한 나의 노력에 대해 열변을 토할 예정이다.
심심하진 않았어. 나는 우리 집을 지켜내는 것에 진심이었어. 전기 파리채 위, 초파리가 튀겨지는 소리에 스트레스를 홀홀 날리는 하루를 보냈단다. 오늘의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하다가 모든 조치를 끝내고 뿌듯한 밤을 맞이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