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고, 오고, 새롭게 가고자

4월 19일 일상 누적

by 영화로운

일주일간 일상 누적 글을 쓰지 못했다. 매일 쓰자고 마음먹었건만 크고 작은 많은 일들이 있었다.


나를 골머리 썩게 했던 팀원이 퇴사를 했다. 갑작스러운 퇴사였다. 그동안 열심히 면접을 보러 다닌다는 것을 얘기하더니 결국 이직에 성공했다고 한다. 한 편으로는 다행이고, 한 편으로는 걱정이다. 쓸데없는 곳에 스트레스받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그게 다행이고, 그쪽에서 맡고 있던 업무가 나에게 넘어올 생각을 하니 걱정이었다. 사람에게 핏이 맞는 회사가 있겠지, 그 친구는 우리 업무에는 잘 맞지 않았지만 이직하는 회사에서의 업무에는 더 잘 맞는 사람이겠거니, 잘하라고 응원하며 떠나보냈다.


이 친구만 떠나보낸 것은 아니고, 나와 같은 시기에 입사해서 갖은 풍파를 다 같이 견뎌낸 팀원도 다른 곳으로 이직하여 떠나갔다. 같은 시기에 입사했지만 나보다는 훨씬 더 경력이 있으신 분이어서 팀의 기둥 같은 분이었는데. 이직하시는 사유도 명확했고, 더 좋은 기회로 가시는 것이라 정말 진심으로 응원해 드렸다. 그렇지만 아마 나도 머지않아 같은 이유로 나의 미래를 고민하게 되겠구나 싶었다. 한 사람이 1부터 100까지 버티컬로 담당하는 현재 직군으로서는 실무를 계속하는 것은 1년 차건 10년 차건 동일한 일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시간이 지난다고 딱히 진급이 되는 구조도 아니고, 리더를 달 수 있는 기회가 딱히 있는 것도 아니다. 익숙한 업무가 되었고, 익숙한 회사가 되어 실적의 압박에도 어떻게 버티며 다니고 있지만. 이제부터야 말로 뭔가 다른 것을 준비할 때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이직이든, 뭐든. 매일을 보던 누군가가 떠나는데 무덤덤해지는 나이가 되었다. 서운하지도 슬프지도 않고, 그렇구나, 생각하는 내 마음을 돌이켜보니 너무 정이 없나, 싶기도 했다만. 아니다, 세상이 좁아서 내가 빌런만 아니었다면 어디선가 또 웃으며 만나는 일이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곤 다시 내 일상으로 돌아왔다.


지방에서 시부모님과 형님부부가 오셨다. 이름은 새집 집들이였지만, 생각해 보니 처음으로 시부모님을 우리 집에 모시는 일이라는 사실에 긴장해 무척이나 분주했다. 안 보이는 구석구석 청소부터 시작해서 주무시고 가실 잠자리 준비까지. 열심히 준비해서 맞이해 드렸다. 사랑이 가득하신 분들이다. 분명 부족한 게 있을 텐데도 좋은 말씀만 해주시고, 함께 좋은 시간을 보냈다. 그날 한가득 안겨주신 꽃이 여전히 온 집안에 달달한 향기를 채우고 있다.


시부모님이 가시고 다음으로 우리 집 막둥이 강아지와 동생이 방문했다. 동생은 고민하던 재회를 선택하지 않는 것으로 잘 정리를 했고, 막둥이 강아지는 엄마 아빠가 여행을 떠난 사이에 우리 집에 먹고 자며 완벽히 적응했다. 아침마다 나를 박박 긁으며 나가자고 하는 걸 보면 이 동네 산책도 꽤나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두 동생들을 위한 맛있는 것들을 챙기는 일이 쏠쏠하게 재미있었다. 그렇게 손님이 오고 가는 동안, 정신없으면서도 행복이 가득한 일주일이 훅 지났다.


마음의 병을 얻기 일보 직전이었던 남편은 연차를 내고 휴식을 취했다. 적당한 쉼이었다. 떨어진 체력은 다행히 회복했고, 쉬는 동안 업데이트 해서 넣어본 채용공고에 괜찮은 확률로 서류 합격을 하곤 면접 준비를 하고 있다. 떨어진 자존감도 채워져서는 의욕도 다시 샘솟는 모양이다.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지만 적어도 지금보다는 나을 것이다. 적어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계속해서 가라앉는 마음의 병에 잠식당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다. 나라면 더 힘들다고 징징거렸을 텐데, 아무것도 안 하고 더 누워있고 싶어 했을 텐데, 차분하고도 씩씩하게 성큼성큼 나아가는 모습을 본 나는 잠시 서운했던 나 자신에 꿀밤을 열대 쥐어박았다.